내용요약 5월 황금연휴에 자칫 재확산 우려... 거리두기 안내판과 줄서기 제대로 운영안돼
정부 당국,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진행 및 코로나19 방심 금물” 당부
25일 오후 5시 경기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있는 한 매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첫 주말이지만 아울렛에는 사람들로 붐벼 매장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고혜진 수습기자

[한스경제=고혜진 수습기자] “코로나19 확진자도 줄었고 굳이 사회적 거리 지킬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정부가 지난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낮춰 진행한 이후 첫 주말, 기자는 경기도 여주 인근 프리미엄 아울렛을 찾았다.

아울렛에서 만난 박모씨는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감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처음에는 마스크를 귀에 걸쳤으나 점점 턱 아래로 내려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자가 방문한 아울렛에는 주요 브랜드 마다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따라 아울렛은 입장객에 순서를 정해 입장을 시키고 있었다. 입장을 하면서도 발열체크와 소독은 기본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석가탄신일과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등의 징검다리 연휴에 따라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행했고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종전보다 ‘완화된 형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언했다. 방역당국은 사람 간 접촉이 늘면 감염 재유행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의 목소리는 기자가 방문한 아울렛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과 줄서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사실상 방역당국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왼쪽 사진은 프라다 매장 앞에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이 있지만 사람들이 지키지 않고 줄을 선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버버리 매장에 입장하기 전에 고객이 열이 나는지 직원이 기계로 체크하고 있다. /고혜진 수습기자

교외 쇼핑몰, 매장 밖 1m 사회적 거리두기…사실상 관리 안 해

아울렛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아울렛 주차장에는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량이 빼곡했다. 어느 매장을 들어가도 쇼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활기에 차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시민들이 억눌러왔던 소비를 한 번에 분출하며 쇼핑에 나선 것으로 보였다.

먼저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 매장은 입구 앞에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과 스티커를 비치해 두고 있었다. 매장 안에 사람이 많아 안내판 뒤로 50명이 넘는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기자도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의 ‘1m 간격을 유지해주세요’ 문구를 보고 앞사람 간의 간격을 넓혀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기자가 기다린 지 5분도 채 되기 전에 뒷줄에 있는 사람이 기자를 가리켜 앞줄에 붙으라며 손짓을 보냈다. 심지어 사람 간의 간격이 좁아 바닥에 붙어있는 사회적 거리 스티커는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도 스티커를 밟고 사회적 거리 1m를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시에 사는 김모씨는 “줄 서기 1m 간격씩 유지하는 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왔던 과거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며 “지금은 앞뒤 사람과 간격이 가까워도 코로나19에 감염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용품 매장 직원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초반에만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판 내용대로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을 세웠으나 요즘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간격을 띄우면 손님들이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통로가 좁아 고객들의 이동에 불편함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왼쪽 사진은 나이키 매장 앞에 비치돼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과 스티커. 오른쪽 사진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붙어서 긴 줄을 서는 모습이다. /고혜진 수습기자

명품 브랜드로 들어서는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바깥에서 30분 정도 대기하는 동안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m 대기 간격이라는 안내판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평균 30cm 줄 간격을 유지했다. 심지어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답답한 지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발견됐다. 

마스크를 벗던 B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을 본 건 맞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는데 혼자 지키는 것도 웃긴 것 같다”며 “규제를 한다고 해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사람은 감염되고, 감염되지 않는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고객들의 열 체크를 진행하는 모범 매장도 존재했다. 또 다른 명품 매장은 직원이 입구에서 기계로 고객 손목에 열을 체크했다. 열 체크를 거쳐야 입장이 가능해 사람들은 매장 앞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감쌌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는 안내판 내용처럼 1m 간격으로 지켜지지는 않았으나 다른 매장에 비해 비교적 간격이 넓게 떨어져 있었다.

이 매장 직원 C씨는 “사실 한 사람마다 열을 체크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지만 고객들의 안전한 쇼핑을 위해서는 필요한 작업”이라며 “사회적 거리를 두며 줄을 세우는 건 수시로 정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코로나19 종식됐다고 볼 수 없어…사회적 거리두기 유지해달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1만738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0명으로 ▲23일 8명 ▲24일 6명 ▲25일 10명 ▲26일 10명 등 지난 23일부터 5일 연속 10명 이하를 기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많이 풀렸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가용을 이용해 가족 단위 최소 규모로 이동하고 단체 모임이나 단체 식사는 피해 달라”며 “내가 무증상 감염자, 경증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의 방심이 자칫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황금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나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진행된다는 점을 유념해달라”며 “나의 작은 행동이 나뿐만이 아니라 내 이웃의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같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녹록지 않고 무증상 감염 비율이 30% 이상 나타나는 경우도 관찰되고 있다”며 “최근 확진자 수가 많이 감소했지만 코로나19가 아직도 유행 중인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내면서 ▲야외에서 머물거나 이동할 때 다른 사람과 2m 거리두기 ▲2m 거리두기가 불가할 경우 마스크 착용하고 최소 1m 거리 유지하기 ▲침방울이 튀는 행위(노래부르기, 소리지르기 등)나 신체접촉(악수, 포옹 등) 자제하기 등을 요청했다.

고혜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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