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서폴드. /한화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화 이글스는 지난 10년간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한 적이 없다. 지긋지긋한 ‘개막전 징크스’ 때문이다. 한화의 마지막 개막전 승리는 2009년(SK 와이번스전 8-2 승)이다. 이후 10시즌 동안 9패(2015시즌 우천 취소)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로 범위를 넓혀봐도 한화는 개막전서 5승 13패 1무에 그쳤다. 그야말로 '개막전 잔혹사'다.

겨우내 반등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린 한화는 올해 반드시 개막전 징크스를 끊겠다는 각오다. 선봉장은 에이스 워윅 서폴드(31)다. 한용덕(55) 감독은 2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교류전을 앞두고 서폴드가 개막전 선발로 나간다고 밝혔다. 한화의 개막전 상대인 SK 와이번스는 닉 킹엄(31)을 선발로 내정한 상태다. 큰 이변이 없다면 외인 에이스 맞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상징성이 큰 개막전 선발 등판은 팀의 에이스에게 부여하는 중책이다. 지난해까지는 외국 투수들이 많이 나섰다. 그러나 올 시즌엔 외국 선수 격리라는 변수 때문에 토종 선발 투수들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한화도 외인 원투펀치 서폴드와 채드벨(31)이 늦게 팀에 합류했고, 2주간 자가격리로 공백기가 있어 개막전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외인들 대신 ‘토종 에이스’ 장시환(33) 혹은 4선발 장민재(30)가 개막전 선발로 출격할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장민재는 통산 SK를 상대로 7승에 평균자책점 3.27로 천적의 면모를 보여 회심의 카드로 꼽혔다. 장시환은 25일 삼성 라이온즈와 교류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장민재도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좋은 컨디션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서폴드가 개막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 

서폴드는 이날 KT전에서 4이닝 4피안타 3볼넷 1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자가격리 후 첫 실전 등판이었다. 빠른 공 최고 시속은 145km로 준수했다. 포심(28개), 투심(13개), 체인지업(25개), 커브(6개), 커터(4개)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다. 실전 공백 탓인지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한 감독은 3회말 종료 후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구위가 나쁘지 않다. 컨디션을 맞춰가는 중이라 다음 등판은 무리 없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92.1이닝을 소화하며 12승 11패 평균자책점 3.51로 에이스 노릇을 한 서폴드는 벨(11승)과 함께 한화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투수 동반 10승 기록을 세웠다. 확실한 토종 선발 카드가 부족한 한화 선발진에서 서폴드의 비중은 크다. 한화가 올 시즌 반등하기 위해선 서폴드-벨 원투펀치가 대들보 구실을 해줘야 한다.

서폴드는 지난해에도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 등판해 5.2이닝 5피안타(1홈런) 3볼넷 1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그는 2년 연속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의욕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폴드가 사령탑의 신뢰에 응답해 팀의 개막전 징크스를 끊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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