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축구는 내 곁을 지켜주는 엄마였다.’

황선홍(52)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자서전 ‘황선홍 그러나 다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자서전은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직후 발간됐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 등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쳐 국민적 비판에 시달렸던 그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고 낸 실패와 도전, 성공에 관한 이야기다.

◆정점을 찍었던 스트라이커

황 감독은 5월 8일 개막하는 2020시즌 프로축구 K리그2(2부)에서 대전 시티즌의 새로운 운영을 맡은 하나금융그룹 축구단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선수단을 지휘한다. 선수 시절 극적인 재기를 일궈낸 것처럼 지도자로서도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황 감독의 축구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용문고와 건국대를 나온 황선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에서 월드컵 본선 첫 골을 뽑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A매치 103경기에 나서 총 50골을 기록했다.

1992년 독일 부퍼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고 1998년에는 일본프로축구 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팀을 옮겼으며 이후 수원 삼성, 가시와 레이솔(J리그) 등에서 활약했다. 이회택(74), 차범근(67), 최순호(58), 황선홍, 이동국(41)은 한국 축구 정통 스트라이커의 계보라 할 수 있다.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이동국은 과거 본지와 통화에서 "포항 학창 시절 황선홍 선배를 보고 자랐다. 롤 모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은퇴 후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황 감독은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 데뷔를 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 사령탑을 역임했다. 포항 감독 시절인 2012년과 2013년 하나은행 FA컵 우승, 2013년에는 K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2013년과 2016년에는 K리그 1부 감독상을 수상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FC서울 시절 시련 딛고 재기 도전

그러나 이후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2018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FC서울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가 자진 사퇴하기 전인 2018년 4월 말 리그 10라운드까지 팀은 2승 4무 4패(승점 10)로 9위에 머물렀다.

지도자로서 비상을 꿈꾸는 황 감독은 지난 1월 창단식에서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1부 리그 승격이 최대 목표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대전하나시티즌이 갖고 있는 비전과 미래가 매력이 있다”며 “시, 도민 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첫 구단에서 감독을 맡아 책임감이 크다.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팀의 지향점과 관련해선 “세밀하고 빠른 축구를 하고 싶지만,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다면 어렵다”며 “쉬는 동안 전술적인 측면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축구단으로 바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태도다. 감독은 단순히 축구를 많이 안다고 성공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FC서울에서의 실패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서울 구단에서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선수단과 소통 부족 문제였다. 당시 베테랑 박주영(35)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한 글이 팀 내 불협화음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황 감독은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부진한 경기력까지 이어지면서 경기장을 찾는 서울 팬들은 황 감독을 향해 ‘황새 아웃’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과거보단 현재가 중요하다는 황선홍

황 감독은 최근 구단 유튜브 방송에서 “서울 구단에서 선수들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제가 생각하는 축구가 있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두고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다 지나간 얘기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지금 당장의 가치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과거는 필요 없다”며 “FC서울에서 실패한 것은 인정한다.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실패도 많이 했고 경기 하고 지면 후회스럽고 잠을 못 이루며 고민할 때도 많았다. 지금도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맞는 옷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까를 거의 매일 고민하며 지낸다”며 “실패를 했기 때문에 반성도 많이 해야 하고 깨달음도 많이 얻어야 했다. 쉬면서 많이 생각했다. 노력은 하면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황 감독은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황선홍 그러나 다시’라는 자서전의 제목대로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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