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나 혼자 산다'가 초기 기획 의도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해 7년 동안 이어져 온 MBC 대표 예능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로 싱글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는 스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나 혼자 산다'가 애초의 기획 의도와는 맞지 않는 행보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각자의 일상을 보여주기보다는 누군가와의 친목을 자랑하거나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으로 포커스가 옮겨갔다.

■ 싱글라이프 공개로 공감대 형성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3년 2월 설날 특집 '남자가 혼자 살 때'라는 제목으로 파일럿 방송된 후 호평을 받아 같은 해 3월 '나 혼자 산다'로 정규 편성됐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집 안에서 벌어지는 출연자들의 솔직한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콘셉트로 1인 가구가 많아진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 다수의 대중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 

특히 회차별로 다른 아이디어를 그릴 필요 없이 여러 1인 가구 연예인들을 섭외해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신선함을 선사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 고정 출연자들이 무지개 모임을 결성해 1인 가구 커뮤니티를 선보인 것도 공감대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고정 출연자들은 무지개 모임을 통해 서로의 자취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할 때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힘을 합치는 모습은 1인 가구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나 혼자 산다'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MBC 방송연예대상의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2018년부터는 한국갤럽이 선정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상위권에 줄곧 랭크 되기도 했다.

■ 어느새 잊혀진 기획 의도

'나 혼자 산다'의 기획 의도는 '1인 가구 독신 연예인들의 적나라한 자취생활과 혼자 놀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웃기기 위해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특정 출연자를 비방하는 데 반해 그런 요소 없이 대중들을 대변하고 편안하게 진행해왔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하며 '나 혼자 산다'는 더 이상 누군가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참여자 입장으로 점차 변했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여주던 모습에서 출연자의 친목 방송으로 포커스가 달라졌다. 

특히 10일 방송분은 타 연예인에 대한 불쾌한 언급과 대우로 인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다. 앞선 방송에서 박나래가 기안84에게 김민경과의 소개팅을 권유한 뒤 기안84가 "김민경을 알지 못한다"고 하자 진실게임을 이용해 사실 여부를 밝히려 한 장면이 나왔다.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됐다. 이 방송분이 전파를 탄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난이 이어졌다. 김민경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데다가 당사자의 의사가 어떤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언급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인이 "(김민경이) 지금 다이어트도 하고 있다" "사람 괜찮다"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하며 분위기를 몰아간 것이 문제였다.

또한 출연진들 사이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하려고 어필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게스트가 출연하면 고정 출연진들은 그와의 친목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단순한 친목이 아닌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본인을 어필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을 떠오르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기보다는 개인의 친목과 특정 에피소드를 강조하며 보여주기식 관찰 예능이 되어 버린 것이다. 24일 방송된 송승헌의 일상 같은 경우 영상 화보만이 남았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이처럼 MBC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나 혼자 산다'가 7주년을 맞이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에 축하보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이나 댓글란 폐지 전 관련 뉴스에서도 이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어느 한 출연자의 모습이 논란으로 이어지면 그다음 주 방송에서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방식만을 반복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이상 특정인의 희화화를 통한 웃음 유발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 초기의 '나 혼자 산다'가 1인 가구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면서 또 다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만나 생활하는 모습을 그려내 인기를 얻었던 만큼 다시 초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방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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