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속 개인 투자자들의 과도한 투자 우려
WTI 관련 ETN 등 가격 상승, 하락 베팅 엇갈려...수익률도 극과 극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과도한 원유 관련 상품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과도한 원유 관련 상품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국제유가 변동폭의 2배 가량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유가상승과 하락, 양 방향으로 갈리면서 한쪽 투자자가 수익을 볼 경우, 동시에 반대편 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과도한 투자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관련 투자상품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역시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상장지수상품(ETP)의 괴리율 확대와 관련해 단일가매매 도입과 3일 간의 거래정지 등 투자자 보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원유 관련 ETF와 ETN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투자 피해 우려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시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다수의 ETN 상품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이날 '대신 WTI원유 선물 ETN(H)'은 전 거래일 대비 14% 이상 오른 2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ETN은 장중 한때 29% 이상 가격이 급등하면서 263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과 코덱스 WTI 원유선물(H), 신한 WTI 원유선물 ETN(H) 등이 4~9%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대신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7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해당 대신 WTI ETN의 주가는 5200원에서 2330원으로 추락했다. 한달도 안되는 사이 가격은 반토막이 난 셈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손해는 더욱 커진다. 작년 말 이 ETN의 종가는 1만1995원이었다. 다른 ETN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역시 국제유가 상승에 투자하지만, 유가 변동폭의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N 상품들은 대부분 이날 거래정지 상태였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등은 이날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았다.

거래소가 투자자들의 과도한 피해를 막기 위해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 24일 기초자산의 실제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20% 이상인 모든 ETP 종목에 대해 괴리율이 정상화될 때까지 단일가매매를 시행키로 결정했다. 또한 단일가매매 상태에서도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3매매 동안 거래를 정지토록 했다.

거래정지는 3일 후 풀리지만,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다시 단일가 매매를 실시하며,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또다시 3일 간의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거래소는 기초자산이 국내시장물인 경우 6%, 해외시장물인 경우 12%의 괴리율을 정상범위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 등 유가하락에 베팅하는 ETN 상품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은 전일대비 21% 가량 급락한 1만4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이 전일대비 18% 이상 급락했으며, 신한 인버스 WTI 원유선물 ETN(H), 미래에셋 인버스 원유선물 혼합 ETN(H), 타이거 원유선물 인버스(H), 코덱스 WTI 원유선물 인버스(H)가 적게는 5%, 많게는 10%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투자하는 ETN의 경우 최근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의 경우, 전날(28일) 58% 가까운 가격 급등세를 보였다. 앞선 27일에도 20% 이상 상승폭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5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올 상반기 유가 급락과 함께 작년 말 종가(3305원) 대비 5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0.44달러(3.4%) 내린 12.3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6월물 WTI 가격은 장중 한때 1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13달러선으로 오르는 등 30% 이상 변동폭을 기록하며 불안한 장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당분가 국제유가의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될 때까지 유가의 상방 압력은 제한적인 가운데, 저유가 기조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시현하는 등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높다"며 "이번 (가격) 급락은 실수요는 제한된 반면 원유 ETF 등을 통해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인 매수가 지속되며 나타난 이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6월물 만기를 앞두고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특히 미국의 최대 원유 ETF인 US오일펀드(USO)가 월말까지 6월물을 모두 처분하고 원월물로 구성을 변경하기로 함에 따라 근월물의 등락 폭이 당분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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