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9일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내년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는 어렵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21년 열릴 예정인 2020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종전 "취소는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행보다.

일본의 TBS방송은 29일 아베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돼야 내년으로 연기된 올림픽이 무사히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 예산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관련 물음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1년 연기한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현 상황에 대해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며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이긴 증거로서 대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되지 않으면 올림픽 대회는 어렵다"고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9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올림픽 개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조직위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일본 총리 출신으로 2020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모리 요시로 위원장은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년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은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 연기한 이유로 아베 총리를 꼽았다. 

모리 위원장은 "감염병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2년 연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2년 연기를 제안했지만 총리가 '1년으로 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은 애초 7월24일 개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년 7월23일로 1년 연기했다. 근대 올림픽 사상 전염병으로 올림픽 개최가 미뤄진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취소는 모두 5차례였다. 하계올림픽은 1916년(독일), 1940년(일본), 1944년(영국)까지 3차례며 동계올림픽은 1940년(일본)과 1944년(이탈리아) 2차례였다. 모두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취소다. 보건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내년 올림픽 정상 개최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최소 3000억 엔(약 3조4400억 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림픽이 코로나19로 또다시 1년 더 연장된다면 추가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임기 역시 내년 9월 끝나기에 정치적으로도 2022년 개최는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아베 총리와 모리 위원장의 도쿄올림픽 취소 발언은 이런 배경을 두고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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