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19로 돼지고기 일부 품목 매출 증가
ASF에 돼지농가 다시 초비상…'방역 총력전'
방역당국이 지난해 10월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축산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소비패턴 변화로 고기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일정부문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유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돼지농가와 당국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돼지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소폭 상승했다. 3월 평균 돼지고기 경락값(제주·등외 제외, 탕박 기준)은 1㎏당 391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판매량도 늘었다. 특히 삼겹살과 목살의 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476톤), 1.8%(65톤) 감소했다. 두 부위는 가정 내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외식을 줄이면서 가정 내 고기 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텍트(Untact) 방식도 확산했다. 지역 축협을 비롯한 관련기관은 온라인 경매 생중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커피와 햄버거 등에 활용하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방식을 적용했다. 코로나19로 대면거래는 감소했지만 효율성을 활용한 언택트 거래의 활성화로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난 샘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에선 가축시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경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소비자도 온라인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사용해 보다 효율적인 방식의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로 축산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SF가 지난해 가을에 이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농가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감염 경로가 불문명한 초기와 달리 야생 멧돼지를 통한 한 확산이 확인됐지만 주요 감염원으로 알려진 이들의 폐사체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영농활동이 증가하고 멧돼지의 활동과 출몰이 빈번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이에 업계는 민·관 협력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ASF 발병이 가장 많았던 경기도는 접경지역 등 경기 북부의 농가에 발병이 이어지면서 1일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특별 방역을 진행한다.

경기도는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특별방역 대책 기간'으로 정해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전파를 막을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운영한 ‘ASF 방역대책본부’를 계속 가동하고 24시간 상황반을 편성한다. ▲포천 ▲고양 ▲양주 ▲동두천 ▲가평 ▲남양주 등 도내 6개 지역 양돈농가에 차량 진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한돈협회와 함께 쥐 잡기 등으로 매개체를 통한 ASF 감염도 예방한다.

김성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특별방역 대책 추진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에서 사육 돼지로 확산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며 “효과적인 차단 방역을 위해서는 농장 내 출입 차량 통제, 울타리 설치와 기피제 살포, 생석회 살포 등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영 ETRI SDF융합연구단 단장이 전국 돈사에 설치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ETRI 제공

민간에선 연구를 통해 효율적인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구제역 대응(SDF) 융합연구단은 최근 암컷 돼지의 소변·분비물과 전자정보통신장비를 활용해 야생멧돼지 포획에 성공했다.

ETRI SDF 융합연구단은 가축전염병 대응 노하우를 활용해 폐쇄회로카메라(CCTV), 감응 센서 등 정보통신기술(ICT)로 야생멧돼지를 쉽게 포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또 약 2개월간의 실험 끝에 암퇘지의 소변 등 분비물을 이용해 멧돼지를 유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산속에 들어가 있어 발견과 포획에 어려움이 있던 멧돼지를 확실한 방법을 통해 평지로 유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한영 ETRI SDF융합연구단장은 “축산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AI를 활용한 가축 질병 모니터링 및 대응 연구 노하우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AI를 적용, 구제역 종합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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