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무서운 장면 없이 공포감을 유발한다. ‘호텔 레이크’(감독 윤은경)는 공포 영화의 표상과도 같은 ‘섬뜩한 장면’ 없이 공포를 극대화하려 한 의도가 돋보이는 영화다. 기존의 공포물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심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는 양날의 칼과 같다.

‘호텔 레이크’는 호텔을 찾은 유미(이세영)가 그곳에서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영화 '호텔 레이크' 리뷰.

유미는 책임감 없이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동생 지유의 소식을 듣게 된 유미는 5년 만에 경선(박지영)이 운영하는 호텔 레이크로 향한다. 유미에게 경선은 과할 정도로 친절을 베풀지만 어딘가 모르게 석연치 않다. 이부형제인 지유가 귀찮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민을 느끼던 중 갑자기 지유가 사라진다. 동생의 실종에 호텔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 유미를 경선은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한다.

‘호텔 레이크’는 관객에게 익숙한 괴담의 장소인 폐가, 폐교 등을 벗어나 힐링의 공간인 호텔을 공포의 주요 배경으로 삼아 색다른 흥미를 자아낸다. 감각적인 색채가 조화를 이룬 미장센 역시 돋보인다. 나선형 구조의 호텔 구조는 기괴한 분위기를 더한다. 엔티크하고 빈티지한 일렬 형태의 객실 복도 역시 공포심을 유발한다. 색감과 공간 활용, 섬세한 소품 등으로 시각적인 공포를 준다.

완벽한 세트 디자인은 흠 잡을 데가 없지만 늘어진 전개 방식과 여기저기 던져진 ‘떡밥’들이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끝까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이지만 후반부까지 사건의 실마리를 꽁꽁 꿰맨 탓에 재미가 없다. 기존의 공포영화 방식과 다른 연출 역시 지루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몸을 사리게 되는 기존 공포물의 형태를 벗어나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반복되는 패턴이 지루함을 준다.

영화의 후반부 반전 아닌 반전은 더욱 식상하다. 모성애를 강조한 듯한 고루한 메시지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비뚤어진 모성애가 불러온 파국이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다.

배우 박지영과 박효주는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다. 박지영은 다정한 호텔 사장 이면에 감춰진 섬뜩하고 기괴한 모습을 내공 있는 연기로 소화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호텔 레이크의 메이드로 분한 예린 역시 광기 어린 표정 연기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4월 29일 개봉.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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