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화상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KBO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의 봄이 돌아왔다. 5일 어린이날 개막을 앞둔 2020 KBO 리그가 ‘입담 대결’로 대단원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2020시즌 화상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지난해까지 팬과 미디어,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진행한 KBO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방식의 ‘화상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화상 미디어데이를 개최한 건 프로야구가 최초다. KBS N 스포츠의 특설 스튜디오와 10개 구단 감독, 대표선수 1명이 있는 각 홈구장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공개 사전 녹화로 제작된 화상 미디어데이는 3일 오후 전파를 탔다.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올 시즌 각오를 밝히는 한편 팀별 우승 공약을 내걸며 확실한 팬서비스를 약속했다.
 

KBO 리그 데뷔를 앞둔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왼쪽). /KBO 제공

◆ 베테랑부터 새내기까지…감독들의 2020시즌 출사표

10개 구단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우승”과 “가을야구”를 외쳤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53) 감독은 "올해도 우승을 목표로 잘 준비해서 마지막에 팬들에게 즐거운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승에 도전하는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4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올해에는 꼭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이동욱(46) NC 다이노스 감독은 “올해는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게 목표다. 반드시 창원NC파크에서 가을야구를 하겠다. 함께일 때 더욱 강해지는 NC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KT의 이강철(54) 감독은 “팬들에게 첫 가을야구로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시즌 10명의 사령탑 중 절반에 가까운 4명의 감독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KBO 리그 데뷔를 앞둔 맷 윌리엄스(55) KIA 타이거즈 감독은 “길었던 시간이 끝났고, 시즌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초보 사령탑’인 손혁(46)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겨우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허삼영(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해 팀의 방향성을 공유했다"며 "매 경기 열정적인 플레이로 자존심을 기필코 회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허문회(48)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역시 "최선을 다하면 우리도 겨울까지 야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연막작전 없다” 거침 없는 개막전 선발 공개

개막전 선발투수 발표는 미디어데이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과거 미디어데이에선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으며 기싸움을 펼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10개 팀 감독 중 9개 팀 감독이 당당하게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SK(닉 킹엄), 한화(워윅 서폴드), 두산(라울 알칸타라), NC(드류 루친스키), 키움(제이크 브리검), KT(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외인 에이스를 첫 경기 선발로 내세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늦게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이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해 개막전 선발 밑그림이 바뀌었다. 지난해엔 토종 개막전 선발이 단 두 명(양현종, 김광현)에 그쳤지만, 올해는 양현종(32ㆍKIA 타이거즈), 백정현(삼성 라이온즈), 차우찬(이상 33ㆍLG 트윈스)등 토종 좌완 에이스 3명이 개막전 선발로 출격한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날 유일하게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여전히 개막전 선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허 감독은 “연막작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플렉센(왼쪽)-KIA 브룩스. /OSEN

◆ 감독들이 뽑은 경계대상 1순위 외인은

감독들이 가장 경계하는 외국인 선수는 KBO 리그 데뷔를 앞둔 두산의 크리스 플렉센(26)과 KIA의 애런 브룩스(30)다. 메이저리그 톱 유망주 출신인 플렉센은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위력적인 변화구를 던져 기대를 높이고 있다. 브룩스도 최정상급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구단 감독은 “올해 좋은 투수들이 많다. 다른 팀들과 실전경기를 많이 치르지 않아 확실히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플렉센과 브룩스”라고 입을 모았다. 손혁 키움 감독은 “전력분석 영상으로만 봤지만 플렉센이 잠실구장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플렉센을 직접 상대해봤는데 영상으로 본 것보다 훨씬 좋았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고 평가했다. KIA 브룩스를 꼽은 류중일 LG 감독은 “브룩스를 눈여겨봤다. 영상으로만 봤지만 공도 빠르고 투심이 좌우로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브룩스가 투구폼이 간결하면서도 좋은 투구를 한다. 공 움직임도 심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평했다.
 
◆ “팬들 위해서라면…” 올해도 화끈한 우승 공약

미디어데이의 꽃은 역시 ‘우승 공약’이다. 각 팀 주장은 각양각색의 우승 공약을 내걸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NC 양의지(33)는 “운영팀장님과 얘기가 끝났다. 올해 우승하면 2021시즌 개막전 무료티켓을 팬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 이용규(35)는 “우리 팀 모든 선수가 우승을 꿈꾸고 있다. 당사자들에게 허락은 안 받았지만 저와 송광민, 김태균 선수가 팀 마스코트인 위니, 비니, 수리 탈을 쓰고 웃통을 벗고 1분 동안 귀여운 율동 보여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그 최연소 주장인 삼성 박해민(30)은 의미 있는 공약을 내걸어 주목 받았다. "4위로 올라가 라이온즈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초청해 1박 2일간 힐링 캠프를 열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KIA 주장 양현종은 우승하면 2017년에 이어 92년생 후배들과 걸그룹 댄스를 선사하겠다고 강조했고, 키움 김상수(32)는 고척스카이돔에서 1박 2일 팬 캠프와 선수 장기자랑 콘서트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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