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취재진이 2020 KBO 리그 개막전을 취재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잠실=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2020시즌 KBO 리그 개막전이 열린 5일 잠실구장. 흥행 보증수표인 ‘한지붕 라이벌’의 어린이날 맞대결이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돼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취재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이날 상당수의 국내 취재진뿐만 아니라 미국 LA타임스, 중국 CCTV, 일본 NHK, 후지티비, 니혼티비, 동경신문, 독일 RUPTLY등 유력 외신들도 직접 취재에 나섰다. 오전 일찍 잠실구장을 찾은 외신 취재진은 KBO 리그의 코로나19 방역 체계와 경기 전 감독 브리핑을 취재하며 개막전 풍경을 화면에 담기 바빴다. 잠실구장 외에도 공식개막전이 열린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중동 지역 최대 위성 방송사인 알자지라를 비롯해 AP, 로이터, 니혼TV, 미국 블룸버그 마케츠 등 11개 매체 총 28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 일본 등에서 프로야구 개막이 기약 없이 미뤄진 가운데 KBO 리그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시즌을 개막했다. KBO 리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상당하다. 개막 전날(4일)에는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과 일본 유무선 플랫폼 SPOZON이 KBO 리그를 생중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이날 ‘ESPN이 1주일에 KBO리그 6경기씩 생중계한다’는 내용의 기사에 미국 야구팬을 대상으로 ‘2020시즌 KBO 야구를 보겠는가?(Will you watch the KBO in 2020?)’라는 설문 조사를 했다. 이 설문은 5일 오전 11시 기준 1059명이 참여했는데, '보겠다'는 응답이 8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간판스타도 직접 KBO 리그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MLB 대표 외야수 무키 베츠(28ㆍLA 다저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KBO가 돌아왔다. 우리 모두 시청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Welcome back, KBO. We’re all watching! Stay tuned for more to come!)"라고 글을 올렸다. 베츠는 놀랍게도 먼저 영어로 문장을 작성한 뒤 그 아래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을 함께 올렸다. 자신이 직접 출연한 한국 야구 소개 영상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KBO 리그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에 한국야구를 알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야구 산업화와 저변 확대를 꿈꾸는 KBO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다. 정운찬(73) KBO 총재는 이날 개막 기념 메시지에서 “KBO리그에 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한층 세련되고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면서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와 함께, 한국의 프로야구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훌륭한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리그 사무국과 10개 구단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경기 전 류중일(57) LG 감독은 “한국야구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며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한국 선수들은 체격이 작고 파워가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야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태형(53) 두산 감독도 “미국 팬들이 KBO 리그를 많이 사랑해줬으면 한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들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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