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1, 2호 홈런을 터뜨린 LG 김현수(왼쪽)와 두산 김재환. /OSEN 제공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지난해 KBO 리그는 그야말로 ‘타자들의 수난시대’였다. 공인구 반발계수와 크기가 조정되면서 OPS(출루율+장타율)가 0.797에서 0.722로 하락했다. 올해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 중심타자 LG 트윈스 김현수(32)와 두산 베어스 김재환(32)이 나란히 홈런을 기록하면서 반전을 예고했다.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2020시즌 개막전. 3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김현수가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28)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020시즌 개막을 알리는 1호 홈런이었다. 자신의 통산 네 번째 개막전 홈런이기도 하다(2011년, 2013년, 2015년, 2020년). 4회초 두산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환이 LG 선발 차우찬(33)을 상대로 2020시즌 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잠실구장은 KBO 리그 10개 구장 가운데 가장 크다. 그런 가운데 2020시즌 1ㆍ2호 홈런이 모두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주인공이 양 팀의 중심타자 김현수와 김재환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홈런수가 급감했다. 김현수는 2017시즌 28개, 2018시즌 20개의 아치를 그렸으나, 2019시즌 11개로 수치가 떨어졌다. 김재환의 경우 감소폭이 더 크다. 2016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각각 37개, 35개, 44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2019시즌 15개에 그쳤다.

중심타선에 걸맞지 않은 활약으로 체면을 구긴 두 선수가 일단 좋은 시작을 알렸다. 장타력 회복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변화된 공인구를 경험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 모두 타격 정확도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현수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2012년을 제외하고 매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김재환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쳤다. LG는 올 시즌 창단 30주년을 맞아 조심스레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두산 또한 디펜딩 챔피언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두 선수 모두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나란히 홈런을 작렬하면서 리그 전체적인 장타 증가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각 팀 중심타자들의 호쾌한 스윙과 함께 넘어가는 타구를 자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8시즌 10개 구단 전체 홈런 수는 1756개였으나, 2019시즌 1014개로 42%나 감소했다. 타고투저 방향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에 리그에 흥미를 잃는 팬도 적지 않았다. 

김현수와 김재환이 쏘아 올린 시즌 1, 2호 홈런이 ‘나비 효과’를 몰고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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