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 발표 정유 3사, 영업손실만 3.1조원 달해... GS칼렉스 더하면 4조원대 훌쩍
국제 유가 상승세 전환에 기대감 커져... 전문가 "하반기에나 가능할 듯" 전망
국제유가 급락과 석유 제품 재고 가치의 하락,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유업계가 역대 최악의 1분기를 맞았다. /연합뉴스, 현대오일뱅크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1조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이래 최대 부진으로, 실적 발표를 앞둔 GS칼텍스까지 포함하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내내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에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실적에서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기간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 규모다. 기존에는 2018년 4분기에 낸 3335억원의 영업손실이 최고였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실적을 발표한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에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순손실 규모가 462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이 기록한 1조7752억원 영업손실까지 합하면 발표된 정유 3사의 총 영업손실 규모만 3조3457억원에 달한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의 영업손실 전망치가 5000억~6000억원 선임을 감안하면 GS칼텍스 역시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S칼텍스는 이달 중순쯤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1분기에만 작년 합산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을 뛰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정유업계 최대의 영업손실이 나온 이유는 ▲국제유가 급락 ▲석유 제품 재고 가치의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 원인이다.

국제유가 급락은 지난 3월 사우디라아비아와 러시아간 의견 충돌로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원유 증산으로 이어졌다. 공급 과잉으로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14.47달러를 기록했다. 1999년 3월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에 나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량에 미치지 못하고 원유 저장 능력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국제유가 급락에 한 몫 했다. 저유가는 석유 제품 제고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정제마진 악화로 치달았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현재 재고가 넘쳐나고 있는데 원유를 가져갈 곳이 없어 인수 시점 자체가 늦어지고 있고,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의 보관 기간인 6개월에서 1~2개월 연장해 저장하더라도 저장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도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주간 정제마진은 전주 대비 1.7달러 하락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한 불황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 항공유와 휘발유 수요 급감 등을 고려해 2분기 울산 정제공장을 보수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동열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울산 컴플렉스(CLX)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트유와 가솔린 수요 급감 등을 감안해 원유정제설비(CDU)를 감량하고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정비설비를 통해 1분기 대비 15만베럴을 감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안나 이베스트 연구원은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유사들이 정유 공장 가동률을 85% 미만으로 낮추고 정기보수 앞당기기, 희망퇴직 시행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돼 하반기까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WTI는 배럴당 20달러를 회복했고, 5일 WTI 6월 인도분은 20.5%(4.17달러) 뛴 24.56달러에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제한조치들이 완화되고 부분적인 경제 정상화 움직임에 나서는 미국 내 주들이 늘어나면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원유)수요가 다시 시작되면서 유가가 멋지게 올라가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 저유가와 석유 수요 급감으로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업황과 유가가 모두 바닥을 본 만큼 석유 수급 개선과 코로나19 진정에 따라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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