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정용이 만난 사람/김만연 한국고속도로 휴게소 하이숍 협동조합 이사장

[한스경제=최정용 기자] “고속도로 위에서 평생을 살다 그 길 위에서 죽는 것이 꿈입니다.”

김만연 한국고속도로 휴게소 하이숍 협동조합 이사장은 평생 길 위를 고속으로 달려온 인생역정을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를 만난 건 지난 2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죽전휴게소에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제품 입점과 재계약 관련 전화가 빗발쳐 토막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크로나19 이후를 준비하려는 소상공인들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려는 김 이사장의 신념이 ‘고속도로 휴게소 하이숍’이라는 플랫폼에서 만나 희망을 꿈꾸는 순간이다.

하이숍의 전신은 엄밀히 고속도로 휴게소 노점상이다. 한때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 들어선 카세트 테이프와 모자, 과일 등을 팔던 트럭은 휴게소 이용객들에게 흔한 풍경이었다. 어지럽고 산만한 소시민들의 일상이 조립식 매장으로 양성화되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다. 이후 조립식 매장들은 선글라스와 카우보이 모자, 여성용 스카프, 어린이용 장난감, 워셔액 등 소위 없는 것 말고 다 파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만물상인 ‘하이숍’이 됐다.

이처럼 트럭 노점상들을 양성화 시켜 하이숍 점주로 만드는 과정의 한 가운데 김 이사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교도소 생활이라는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대관령 휴게소 관리과장 3년의 경력이 자연스럽게 그를 노점상들의 대표로 만들었고 한국도로공사와 노점상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던 중 폭력조직 ‘고속파 두목’으로 내몰리며 3년 가까운 실형을 살았다.

검찰은 그를 흉악 범죄단체 ‘고속파의 두목, 김만연’으로 입건했다. 휴게소를 중심으로 조직폭력단체를 구성해 조직원들을 노점상으로 투입시키고 금전 갈취를 한 혐의로 기소하고, 실형을 구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1000일의 시간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고 김 이사장은 회고한다. “아내도 떠나고 친구도 떠났지만 세상의 민낯을 볼 수 있었습니다. 뼈저린 교훈을 얻은 것이지요. 휴게소 문제 등으로 구속된 동료들의 변호사 비용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돈을 걷어 내가 전달했는데, 그것이 갈취로, 또 노점상 친목모임이 '폭력조직' 으로 둔갑한 겁니다. 결국 휴게소 내 이권을 독점하기 위해 제거대상이었던 것을 저만 몰랐습니다.”

결국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고난의 시간들의 김 이사장의 인생에 옹이가 돼 그를 더욱 단련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련이 스승이었다.

무죄판결과 함께 김만연의 ‘슬기로운 감방생활’은 ‘오징어 맥반석 구이’라는 고속도로 휴게소 스테디셀러를 탄생시켰다. 영어(囹圄)의 생활동안 ‘고속도로 휴게소 영업활성화’만 고민했던 인고의 세월이 가져다 준 ‘오맥구(오징어 맥반석 구이)’는 지금까지 옥동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맥구’는 그에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역할을 했고 두 아들 모두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효자 상품이 됐다.

김만연 선장이 지휘하는 한국고속도로 휴게소 하이숍 협동조합은 한국도로공사 공식 파트너다. 조합은 하이숍 매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구매한 제품을 전국의 어느 휴게소 하이숍 매장에서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물품 호환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하이큐’라는 공동 브랜드를 개발, 본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소비자와 조합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선장의 존재이유”라는 김 이사장의 경영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력상품이 중국산 제품이었다면 이제는 국내 중소기업제품의 판로확보를 위해 하이숍이 전면에 나서야할 때”라며 “초소형 블루투스와 차량용 급속 휴대폰 충전기, 고급형 선글라스 등 국내 중소기업제품을 발굴해 중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하이숍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동선을 잘 파악하는 것이 매출을 높이는 비법”이라고 귀띔한 김 이사장은 또 다른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덕평휴게소로 향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200여 개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김 이사장은 그 자체가 이미 길이다.

최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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