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여행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지난달 30일부터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황금연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방콕'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여행수요가 폭발했다. 국내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여행·숙박 수요는 3월과 비교해 최대 1133%나 급증했다. 실제로 올 1분기 동안 파리만 날렸던 공항도 황금연휴 기간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한국공항공사가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국내 항공편을 조사한 결과 모두 1670대, 하루 평균 238.6대가 하늘길을 누볐다. 지난해 5월 초 연휴의 일 평균 252대와 비교해 94.4% 수준이다. 적어도 지난 일주일만 놓고 보면 국내 여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여행은 달라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코로나19 이후의 여행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5월 황금연휴 기간 렌트카 이용이 증가했다. 연합뉴스

◆ 대중교통 대신 자차나 렌터카…줄어든 접촉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특성상 황금연휴에 타인과 접촉이 불가피한 대중교통 대신 자차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영향으로 주유앱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1분기 동안 급감했던 내비게이션 앱도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비대면 주유앱 오윈은 1월(1~25일) 대비 4월(1~25일) 한 달간 1일 평균 주유 건수가 약 3.5배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1일 평균 주유 결제 금액과 가입자 수도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코로나19로 주유도 비대면 드라이브 스루로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차나 렌터카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내비게이션 앱도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을 보면,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정점에 달했던 2월 마지막주(24~3월1일) '네이버 지도 내비게이션', '티맵(T map)', '카카오내비'의 주간 사용자수는 각각 482만 명, 387만 명, 202만 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4월 들어 주간(13~19일) 이용자는 각각 560만 명, 421만 명, 230만 명선으로 회복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혼자 여행과 걷기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연합뉴스

◆ 혼행 · 걷기, 대세로 자리 잡아
타인과 접촉을 줄이고 혼자 걸으며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혼행(혼자 여행)'과 '걷기 여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새로운 여행 풍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19 걷기여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걷기여행 경험률을 전년 대비 6.1%포인트 증가한 37%로 나타났다. 국민 1600만 명이 연평균 4.2회 걷기여행을 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만 15세 이상 79세 이하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조사와 가구방문 면접조사를 병행해 실시했다. 

걷기여행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걷기여행 경험률은 20대와 30대가 전년 대비 각각 9.7% 포인트 와 12.1%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은 걷기여행의 매력으로 '느리게 걸으면서 구석구석 발견하는 아름다움'과 '여유', '건강', '자연감상' 등을 꼽았다. 주로 가족(50.8%)과 친구(33.0%) 단위 방문객이 많았지만 혼자 여행도 17.7%로 전년(5.0%) 대비 크게 늘었다. 
 
 

비대면(언택트) 서비스가 여행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신화월드 제공

◆ 급물살 타는 비대면 서비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업계의 핫키워드는 '비대면(언택트)' 서비스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가상현실(VR) 콘텐츠로 '랜선 여행'을 즐기거나 사람 간 교류 없이 가능한 여행 상품이 크게 늘었다. 최근 글로벌 여행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출시했다. 코로나19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호스트를 돕겠다는 취지다. 에어비앤비는 2016년부터 해왔던 '대면 체험' 서비스를 이달 말까지 중지했다. 

호텔 업계도 언택트 패키지를 쏟아내며 코로나19에 반격의 칼을 빼 들었다. 호텔들은 최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녀와 함께 하루 종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급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호텔서울은 3월 호텔 셰프의 음식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내놓았다. 선풍적인 인기 속에 애초 4월까지였던 판매 기간을 5월까지 한 달 더 늘렸다. 서울드래곤시티 또한 호텔 셰프가 만든 치킨을 바로 객실에서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고, JW메리어트 동대문도 건강식 메뉴를 배달 앱과 협업해 호텔 기준 3.5km 내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상품을 공개했다. 

자녀와 함께하는 체험 상품도 늘고 있다. 반얀트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켄싱턴 설악 등은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를 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람 대신 로봇이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이색 언택트 프로그램을 정면에 내세우며 '정공법'을 구사하는 호텔들도 늘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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