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 사과문에서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경영승계는 없다"는 깜짝발표를 통해 기업경영에 족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

또 노조 설립과 함께 준법경영이 확고히 자리잡도록 그룹을 혁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6일 이 부회장은 서울 서초사옥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 ▲노조 탄압 ▲준법에 의한 혁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준법 위반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던 배경에는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등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렸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데에 부족했기 때문으로,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고,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고,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해 뇌물혐의로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며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기는 주저해왔다.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지속되는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길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경영 관련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면서 출범시킨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데 따른 조치로도 보인다.

여기에 노사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문제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내에서 준법이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 준법감시위는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고,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혁신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해 간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로,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 모셔올 것이고, 그 인재들이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 이끌게 할 것이다”며 “그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으로,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발표를 끝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재판중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 관련한 발언은 파격적이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리게 될 것”이라며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만큼 이를 어떻게 실천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