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여행 심리가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살아났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5월 초 황금연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여행수요의 '잠금'을 풀었다.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자릿수대로 줄면서 응축했던 여행 욕구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국내 여행과 숙박업은 특수를 맞았고, 면세업도 깊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올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폭발한 여행 수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6일 여행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국내 여행·숙박 수요가 3월 대비 최대 1133% 급증했다. G마켓과 옥션이 4월 1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숙박 상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월 동기 대비 56%나 늘었다. 호텔·레지던스 판매량은 65%, 독채로 쓸 수 있는 펜션 판매량은 무려 98%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경주의 여행·숙박 수요가 3월보다 1133%나 껑충 뛰었고, 이어 ▲부산 143% ▲전라 138% ▲충청 118% ▲경상 115% ▲강원 72% 순이다.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속초와 제주의 경우 황금연휴 기간 호텔 예약률은 70%에서 90%까지 꽉 찼다. 3월 전국 호텔 투숙률이 10~3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황금연휴가 코로나19를 피해 청정지역으로 떠나려는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가 발표한 '여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이번 황금연휴 기간 숙박 예약률은 강원이 22%로 가장 높았다. 뒤로 ▲경기 12% ▲전라 11% ▲경남 9% ▲제주 8% 순이었다. 전체 예약의 40%가 서울(21%)과 경기(18%)에 집중됐던 지난해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호텔·리조트와 달리 타인과 접촉이 비교적 적은 펜션의 예약률이 크게 높아진 건 최근의 여행 트렌드를 반영하는 지표로 눈길이 간다. 야놀자가 조사한 숙소 유형을 보면 지난해 5월 7% 수준에 그쳤던 펜션 예약률은 올해 47%까지 급증했다. 단체보다는 소규모 단위의 여행을 선호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에 따른 보상 심리로 5월 황금연휴 기간 면세업계 역시 특수를 누렸다. 연합뉴스

◆보상 소비 심리 통했다…면세업계도 활짝
국내 여행과 숙박업이 황금연휴 특수를 누린 만큼 면세업계는 황금연휴로 미소 지었다. 황금연휴에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 지원을 위해 이례적으로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판매 대상을 6개월 이상 장기재고 제품으로 한정하면서 재고품에 일반 수입물품과 동일한 세금과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백화점과 아울렛, e커머스, 로드샵 등 국내 유통채널을 통해 풀렸다. 
'이월 재고 명품'이 소비자들에게 먹힐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면세업계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조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이번 황금연휴 기간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이상 매출 반등에 성장했다. 
특히 고가의 국외 브랜드와 가전제품군의 매출이 20~30%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품목에 대한 소비가 오프라인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연휴가 길었지만 국외여행길이 막히면서 보상심리로 명품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보복 소비'가 명품 구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읽힌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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