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다박의 이너뷰] 로스쿨 제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글렌다박의 이너뷰] 로스쿨 제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글렌다박 기자
  • 승인 2020.05.07 10:05
  • 수정 2020-07-14 10:25
  • 댓글 0

[한국스포츠경제=글렌다박 기자] 지난 4월 24일 법무부는 제9회 변호사 시험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자는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통틀어 역대 최다인 1768명이다. 사법시험 시절 사법연수원 1971년 1기는 32명이었다. 연수원 기수 중 임명자가 가장 많았던 기수는 39기(2008년)로 1001명이 수료했다. 2008년을 제외하면 사법연수원은 꾸준히 1000명 이하의 판사, 검사, 변호사를 임명했으나 2012년 변호사시험이 도입된 이후 다시 늘어났다. 1기부터 1451명이 합격하더니, 2기부터는 1500명을 넘으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국내 법관은 3000여 명, 검사는 2000여 명, 변호사는 2만7000여 명에 달한다. 로스쿨 정책이 유지된다면 변호사 숫자는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에서 변호사가 많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4명의 법조인에게 앞으로 예상되는 법조계 추세와 로스쿨 정책의 문제 및 해결책 등을 토론 형식으로 들어보았다.

* 인터뷰이
- 정의남(가명) 부장검사 : 현직 고검부장검사. 과거와 비교하여 느끼는 현재 법조계 온도 차이를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대신 익명으로.
- 김정철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겸임교수이자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 현직 로스쿨 교수로서 비판할 점은 눈치 안 보고 지적한다.
- 변환봉 변호사 : 사법시험 출신으로 연수원 수료 후 자연스럽게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본인을 ‘동네변호사’로 칭한다. 현실적인 변호사로서 경쟁 속 '영업'의 고충을 말한다.
- 손익찬 변호사 : 법대 재학 중 로스쿨이 도입되었다. 변호사시험 2회 합격자다. 현재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의 소속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어른이 변호사'다.

◆ 변호사 '공급 과잉' 현상은 긍정적인가

"법조시장에 배출되는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의 접근성과 변호사 간 경쟁을 통해 좋은 법률서비스를 선택할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로스쿨 교수 김정철 변호사가 가장 먼저 법조계 시장에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는 현상에 '긍정적'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도 로스쿨에서 변호사를 양성하는 과정에 대한 전제를 덧붙였다. "엄정한 학사관리를 통해 법조인의 자질을 확실히 갖출수 있도록 이론과 실무를 유기적으로 접목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제대로 된 변호사 시험으로 자격을 갖췄는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법조시장에 변호사가 늘어나는 데 대해서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또 다른 이는 로스쿨 출신 손익찬 변호사다. 그는 "보편적으로 보면 공급량이 늘어나면 상품의 가격이 내려간다. 수요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법조시장에 변호사 공급량이 늘어나면 수임료가 낮아진다"며 "변호사 관점에서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배경을 지닌 법조인들이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분야로 활로를 뚫는다면 여러모로 국민에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며 '법조인의 다양화'를 주장했다.

변환봉 변호사는 손익찬 변호사와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변호사를 많이 뽑아서 국민에게 변호사에 대한 문턱을 낮추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 법조시장의 규모를 고려할때 현재의 변호사 배출 인원은 지나치게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사, 행정사, 공인노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의 숫자가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변호사를) 많이 뽑는 것으로 비용을 낮추게 되면, 변호사들의 적정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현재 변호사들의 실력보다 광고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변호사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전문적인 역량 평가가 아닌 오직 '마케팅'과 '광고'에 의존하여 변호사를 평가하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정의남 부장검사는 변호사의 '공급과잉현상'과 '부익부빈익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30여 년 전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서초동 개인변호사사무실의 고용변호사 초봉이 평균 월 500만 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큰 K 법무법인의 초봉은 380만원 선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역으로 변해 변호사 사무실의 고용변호사 초봉이 300만 원대 전후반이며, K 법무법인의 초봉은 1000만 원선이 되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 왜 '로스쿨'이 문제인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면서 먹고 살기 빠듯한 변호사들도 나오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부족한 월급을 버는 변호사들이 업무 외 강의, 부동산중개업, 1인 크리에이터 등 부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해결책을 ‘로스쿨’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남 부장검사는 IMF 때보다 취업이 어려워진 현재 '사시낭인'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제도가 결국 '로스쿨낭인'을 낳게 된 부분에 대해 아쉬운 생각을 밝혔다. 그는 "취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로스쿨 진학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사시낭인이 로스쿨낭인으로 대체된 듯하다.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지도 않다"며 "예전에 법무사, 세무사, 행정부 6·7급공무원들이 담당하던 일까지 변호사들이 잠식하고 있다. 법무사나 행정공무원을 지망하는 청년들의 취업 몫을 변호사들이 잡아먹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고 가슴을 두드렸다.

1회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은 87%다. 하지만 점점 떨어져 7회는 49%까지 처졌다. 손익찬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이 암기 위주 수험을 야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법조인이 되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 그러나 로스쿨에서 정말로 가르쳐야 할 것은 '사고하는 방법'이지 기존 지식에 관한 암기는 아니다"며 "유사한 판례를 찾는 것은 검색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조인처럼 사고하는 틀을 갖추어야 어떤 판례를 찾아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가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 정도만 경험하면 기본적인 실무 소양은 갖춘다. 기초 조문과 판례는 반드시 암기해야하지만, (현재 로스쿨에서 배우는) 그 양이 불필요하게 많다. 낮은 합격률은 긴 수험기간으로 연결되어 기회비용을 높이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기회비용'이란 로스쿨 제도의 최대단점으로 '투자 대비 수익효과'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심리적인 ‘본전’을 뜻한다. 손익찬 변호사는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들은) 결국엔 '내가 이만큼 고생해서, 또는 이만큼 돈을 들여서 법조인이 되었는데 그만큼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법조인이 '본전' 생각을 하게 되면 국민에게 이로울 것은 없다. 물론, 기회비용은 사법시험보다는 현저히 적다. 하지만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간을 오롯이 투자할 수밖에 없으므로 여전히 기회비용이 크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야간대나 방통대 로스쿨이 논의되고 있고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변환봉 변호사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법률적 지식을 축적하고, 사법연수원에서 실무능력을 배양해왔던 그의 지난 시간을 비교하며 로스쿨의 수학과정을 지적했다. "3년의 기간으로는 법률적지식과 실무능력을 배양하기 어렵다. 전문화, 특성화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법리해석 능력도 기르기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쿨은 미국과 같은 3년의 수학기간을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엇이 그렇게 부족한 것일까? 이 질문에 정의남 부장검사는 "미국처럼 많은 로펌들이 존재하는 나라도 로스쿨 졸업생의 실질적인 취업률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로스쿨 졸업생을 받아 줄 로펌도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로스쿨제도를 도입한다는것은 애초부터 맥락에 맞지 않았다"며 "다양한 분야에 변호사 진출을 도모한다는 애초 목표는 일부 변호사들이 농업, 축산업에 종사하거나 택시운전사, 요리사, 중장비기사 등의 직업을 갖게되면서 일부 달성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스쿨이 기대했던 다양한 분야 진출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 사법시험 부활은?

문제가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는 로스쿨. 다시 로스쿨 제도를 없애고 사법시험을 부활시킨다면 어떨까? 먼저 손익찬 변호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법고시는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로스쿨제도의 존폐를 논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또다시 돌고 돌아 답은 '로스쿨' 안에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변환봉 변호사는 "현재 로스쿨은 전문화, 특성화에 실패했고 법조인의 기본자질 달성 측면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실패를 인정하고 대폭적인 수술을 해야한다"고 힘주었다.

현직 김정철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저도 우려를 표명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점을 계속 수정해 나가면서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로스쿨에 입학하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좀 더 확보하고, 변호사 시험의 엄격한 자격심사를 통한 배출이 확보된다면, 로스쿨은 많은 장점이 있는 법조인 배출제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로스쿨이 지속적인 개선을 이뤄 우리나라에 맞는 법조인 배출 통로로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남 부장판사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시키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바람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로스쿨이 생긴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기에 현시점에서 과거로 회귀한다는것은 옳지않다. 로스쿨 체제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각자 근심의 무게는 다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의 근심은 다른 누구도 헤아리지 못한다고 했다. 제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1768명에게 심심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많은 사람이 합격했다고 쉬운 시험은 절대 아니었고, 합격자들이 걸어온 길이 절대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배들은 오랫동안 꿈꾸던 법조인 세상에 발을 들인 후배들을 환영하고 격려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법조인들과 국민 모두를 위해 로스쿨 제도 개선에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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