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9시즌 K리그 MVP 전북 현대 김보경 인터뷰
K리그 전북 현대 김보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19시즌 프로축구 K리그 최우수선수(MVP) 김보경(31ㆍ전북 현대)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말이 있다. “어제 내린 눈은 오늘은 다 녹아 없어진다”는 홍명보(51)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김보경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 말이 자신의 인생 좌우명이라 했다. 그는 “오늘 잘해도 내일이 되면 다 잊히기 때문에 계속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MVP를 받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다.

◆창의적인 이청용과 활동량으로 승부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울산 현대로 임대된 그는 13골 9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다만 팀은 준우승에 그치며 아쉬움이 남았다.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김보경은 패스와 연계 플레이로 이승기(32), 구니모토 다카히로(23) 등 다른 미드필더진과 시너지를 내 리그 최초 4연패에 힘을 보태야 하는 중책을 부여 받았다.

김보경은 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지난해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과 개막전에 출격한다. 그는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모두 우승하는 ‘트레블’이 목표다. 쉽지 않겠지만, 전북이라는 팀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승 싸움을 할 팀들에 대해선 “울산도 있고 강원FC와 대구FC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보경이 떠난 울산 미드필더 자리는 같은 유럽파 출신 이청용(32)이 메운다. 김보경은 이청용의 강점을 두고 “저와 비슷하면서도 더 창의적이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형이다. 좋은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올해 주목을 받는 선수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가 청용이형보다 어리니 더 많이 뛸 수 있을 것 같다. 활동량으로 승부하겠다”고 겸손해했다.

2016년과 2017년 전북에서 뛰었던 김보경은 현역 최고령 이동국(41)과 관련해 “그때와 비교해 변한 게 없다. 장난을 많이 치신다. 훈련장에선 리더십을 발휘하며 조언해 주신다”고 고백했다. 다만 “최강희(61) 감독님 시절과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제 모라이스(55) 감독님은 친근하고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신다. 팀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제 모라이스(왼쪽) 전북 현대 감독과 김보경.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효과 장담하는 KBK 훈련법

김보경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코치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30대에 접어든 그는 축구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효율적인 훈련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김보경은 “(유튜브에서 선보이고 있는) KBK 훈련법을 20대 초중반에 알았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됐을 것 같다는 후회가 남았다. 작년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KBK 훈련 덕분이다. 효과가 있다고 장담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유튜브 계정은 ‘KBK Football TV'이다. 구독자 3만8400명을 넘어섰다. 그는 “개인 훈련 일정에 외부 업체 촬영팀(2~3명)이 와서 찍고 편집팀(2명)이 편집해 업로드하는 식이다”라며 “선수들의 기술, 생활을 다루며 팬들과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수익에 대한 물음에 그는 “많지는 않다. 월 7~15만 원 정도다. 대행 업체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정도밖에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수익을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니 괜찮다”고 답했다.

축구 선수가 동시에 유튜버가 되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부진하면 비판의 화살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김보경은 “유튜브를 시작하려 할 때 악성댓글이 달릴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물론 다른 유튜버들과 달리 제 본업인 축구나 훈련을 다루는 것이라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전에 경기 뛸 때 비하면 악성댓글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악성댓글도 다른 편에서 생각하면 맞는 말일 수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김보경의 KBK 훈련 영상. /김보경 유튜브 'KBK Football TV' 영상 화면 캡처

◆간절함 잊지 않으려는 자세

김보경이라 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박지성(39)이다. 한때 ‘제2의 박지성’으로 불렸던 김보경은 “자기관리가 철저하셨다. 대표팀에서 주로 뵈었는데 생활 패턴, 감독 등 코칭 스태프진에 팀을 위해 의견을 내시는 부분 등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은 선수셨다”고 박지성을 떠올렸다.

김보경은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이었던 한일전과 2013-20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유전 동점 헤딩골, 축구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때를 꼽았다. 그리고 유럽 무대에서 경기에 잘 나가지 못했을 때와 대표팀에서 부진했을 때를 힘들었던 순간으로 돌아봤다.

유럽 무대(카디프 시티ㆍ위건 애슬래틱)뿐 아니라 J리그(세레소 오사카ㆍ오이타 트리니타ㆍ마츠모토 야마가ㆍ가시와 레이솔)에서도 오래 뛰었던 그는 특히 이웃나라 일본의 경기장들은 어디를 가도 만원 관중이 들어찬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력은 선수나 팀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라면서 “중계 등 마케팅 부분은 두 리그가 차이가 나는데, 잘하는 부분은 좋은 방향으로 따라가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놨다.

선수로서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선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김보경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좋은 선수를 꼽을 때 제 이름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모범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힘주었다. 그리고 김보경은 경기장에서 늘 되뇐다는 말을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노력하는 선수는 좋은 선수가 되지만, 즐기는 선수는 최고의 선수가 된다. 그리고 간절한 선수는 그 두 선수를 모두 이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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