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너 3세가 이끄는 국내 기업들 많아 더욱 부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경영 승계와 관련한 발언 중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밝혀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재계로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총 64곳으로 이 가운데 삼성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의 순으로 이들 모두 오너가 경영을 책임지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부회장은 전날 사과문 발표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녀 승계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며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기는 주저해왔다.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삼성이 이병철 창업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 3세인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진 경영권을 끝으로 4세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그룹 전반을 맡겨 책임 경영을 강화해 기업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앞서 지난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도 이 부회장은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이 같은 방침은 그간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지속돼 왔던 삼성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한방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일각에서는 보고 있지만 4세 경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것 자체만 놓고 보면 파격 그 자체로 보인다.

국내 5대 그룹 중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롯데는 신동빈 회장처럼 모두 3세대 오너들이 경영을 맡아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이번 조치가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코오롱 등이 오너가 대주주로만 남아 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취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처럼 공식적으로 발표해 운영하고 있지 않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자녀들이 경영 일선에 참여할 여지는 남겨 놨다. 이외에도 오너가가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대림산업이나 한국야쿠르트 등도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이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을 참고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경영권과 소유권을 분리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꼽히는 곳이 발렌베리 그룹이기 때문이다.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중공업기업 ABB와 은행 등 100여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160년이 넘게 5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은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독립경영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해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선망을 받고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발렌베리 가문은 독립경영을 위해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자회사 경영권을 일임하고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 지배권을 행사한다. 발렌베리 가문이 세운 인베스터는 자회사들의 경영 수익을 배당으로 지급받고 여기에 얻은 수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포기 결단으로 삼성이 발렌베리 그룹과 같은 전문 경영진 체계로 전환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도 승계 작업에 있어서 삼성을 롤모델로 삼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계획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라면 선진국형 패밀리 비즈니스를 참고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가 순차적으로 도입·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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