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브룩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10개 구단 사령탑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실제로 많은 경기를 지켜보진 못했지만,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예년보다 좋다고” 입을 모았다.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 20명 중 절반은 KBO 리그 경험이 있는 경력자고, 절반은 올해 첫선을 보이는 신입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검증되지 않은 새 외국 투수들의 기량이다. 이들의 KBO 리그 연착륙 여부가 각 팀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새 외국 투수들은 개막 시리즈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투구를 하며 발톱을 드러냈다.

5일 개막전에는 SK 와이번스 닉 킹엄(29),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32)가 선발로 나섰다. 킹엄은 한화와 개막전에서 7이닝 동안 93구를 던지며 6안타 2볼넷 4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타선 침묵으로 패전을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은 좋았다. 이강철(54) 감독의 '야심작'인 데스파이네는 이날 롯데와 개막전서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6이닝 1실점(1자책) 역투를 펼쳐 이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이날 데스파이네와 맞대결을 펼친 롯데 스트레일리도 5.2이닝 3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6일에 선발 등판한 투수들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감독들이 미디어데이에서 경계대상 1순위로 꼽은 KIA 타이거즈 외국 투수 애런 브룩스(30)는 6일 키움과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1 팽팽한 접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첫 승을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최고 시속 153㎞ 포심 패스트볼과 154㎞의 투심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두루 던지며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볼넷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제구도 깔끔했다.

SK 핀토. /OSEN

교류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애를 태운 SK의 리카르도 핀토(26)는 같은 날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며 첫 승을 수확했다. 빼어난 구위를 갖췄음에도 개막 전까지 제구에 문제점을 드러낸 그는 시즌을 시작하자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장신 파이어볼러로 주목 받은 NC 다이노스의 마이크 라이트(30)도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같은 날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4피안타(2피홈런) 7탈삼진 2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5회 말 2사 후에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했다.

시즌 초반 새 외국 투수들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시범경기를 치르지 않았고, 교류전 경기도 짧게 소화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각 팀 타자들이 새 외국 투수들과 대결할 기회가 예년보다 줄었기 때문에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인 수급 시장인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멈춘 상황이어서 대체 선수 영입이 예년보다 힘들 전망이다. 겨우내 각 구단이 공들여 영입한 이들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성공적인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새내기 외국 투수들이 올 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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