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미국의 기적은 항상 승리"...장기적 투자전망 낙관
짐 로저스 회장 "생애 최악의 하락장 올 것"...비관 전망 내놔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이 지난 1분기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투자거장도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강한 낙관론을 제시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의 낙관론과는 대조적으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강한 비관론을 내놨다.
버핏 회장과 함께 또 다른 세계적인 투자자로 손 꼽히는 로저스 회장의 엇갈린 전망으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분기(1~3월) 497억달러(약 60조6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대규모 주식 평가손실 때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평가손실은 무려 545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충격 당시 가장 먼저 항공주를 손절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등 미국 4대 항공주를 전량 매도했다.
버핏 회장은 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3~4년 이후에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면서 항공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잠재적 경제 충격이 매우 광범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장기적 투자전망은 낙관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관측이다.
버핏 회장은 "아무것도 미국을 멈출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고, 또다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이것을 확신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 9·11 테러 때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당장 투자에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말 기준으로 1370억달러(약 167조원)의 현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말보다 100억달러 가량이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버핏 회장의 낙관론과는 달리 로저스 회장은 "내 생애 최악의 하락장이 몇년 안에 올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로저스 회장은 "(미국의) 증시 반등세가 당분간 더 지속할 수도 있으나 또 다른 급락이 임박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과 높은 부채 비율, 향후 있을 금리인상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을 반영하듯 로저스 회장은 현재 상당수 자산을 달러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달러와 중국, 러시아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 주식 투자를 검토 중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타격을 받은 관광과 항공, 농업 등 분야의 기업에 대한 매수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로저스 회장은 남·북한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엔 국내 상장사인 아난티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아난티는 지난 2008년 5월 북한 금강산 관광단지에 약 850억원을 투자해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를 완공한 종합레저업체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 2015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최근까지도 남북경협과 대북투자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최근 몇년간 북한을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 꼽아왔으며, 지난 달엔 일본 주간아사히지 기고를 통해 "북한이 앞으로 2년 뒤면 외국에 열린 나라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는 향후 10~20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호 기자 stockn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