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 어색함 달랜 서포터즈 녹음 응원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가 열린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날(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맞대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프로축구 리그로서 ‘전 세계 최초’ 개막 포문을 연 K리그1(1부)의 첫 번째 주, 둘째 날 경기가 이곳에서 펼쳐졌다.
전북과 수원의 개막전이 올 시즌 첫 무관중 경기면서 한국 프로축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였으므로 그 이후 열릴 일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상 전북과 수원을 제외한 다른 K리그1 팀에 표본이 될 지침서였다. 이후 하루 만에 펼쳐지는 인천과 대구 경기에 관심이 집중된 것도 전날 분위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홈팀 인천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K리그1 매뉴얼대로 대구와 경기를 준비했다. 미디어 게이트에서 구단 직원이 상주해 마스크를 쓴 취재진의 발열 체크를 하는 것은 물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신분증을 맡아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열화상카메라도 비치했다.
특이한 점은 선수를 제외하고 이날 경기장을 찾는 각 구단 직원, 취재진 등 모든 관계자에게 손 소독 이후 라텍스 장갑을 의무 착용하도록 한 것이다. 손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천 직원은 본지에 “라텍스 장갑은 저희 구단에서 직접 준비했다. 전날 전주 경기에선 없었다고 들었다”며 “연맹의 ‘K리그 코로나19 대응 매뉴얼’(1일 발표)에도 라텍스 장갑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취재석에 앉아 바라본 경기장은 예상대로 썰렁했다. 언론사 기자, 방송국 관계자들만 관중석 W구역 일부를 차지할 뿐 나머지 삼면이 횡했다. 경기 시작 전 뜻밖에도 침묵을 깨는 인천 서포터즈 응원 구호가 경기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 역시 사전에 구단이 준비한 것으로 전북과 수원의 개막전에서 미리 녹음한 전주 홈팬들의 응원 소리가 들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 중 대구가 맞은 코너킥 기회에선 야유 소리도 흘러나왔다. 그 덕분에 무관중이라 상당히 어색할 거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지웠다. 하지만 양 팀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관중의 환호와 탄식이 없던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축구를 즐기는 또 다른 묘미가 사라진 기분이다.
이날 인천과 대구의 맞대결은 개막 둘째 날 경기라는 상징성 외에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꼽히는 데얀 댜마노비치(39ㆍ몬테네그로)의 새 소속팀 데뷔 가능성으로도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아울러 데얀과 스테판 무고사(28) 두 몬테네그로 골잡이 맞대결 여부도 관심사였다. 데얀은 후반 18분 김대원(23)과 교체로 마침내 잔디를 밟았다. 투입 즉시 날카로운 발재간을 보여줬으나 득점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인천의 창도 무뎠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케힌데(26ㆍ나이지리아)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후반 36분 무고사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마침내 데얀과 무고사가 10분가량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그림이 완성됐다. 그런데도 결국 골은 터지지 않았다. 두 팀은 전ㆍ후반 90분 내내 충돌했으나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 채 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태어나 처음 껴 불편하게만 느낀 라텍스 장갑도 한 시간가량 지나니 선수들이 텅 빈 경기장에 적응하듯 익숙해졌다. 취재진도, 경기를 집에서 시청하는 팬들도 곧 무관중 경기를 축구의 일부로 받아들일 날이 머잖았다는 생각을 품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인천=이상빈 기자 pkd@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