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울산 현대 이청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블루드래곤’ 이청용(32ㆍ울산 현대)이 3953일 만에 돌아온 K리그 무대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2009년 FC서울 소속이었던 그는 그해 7월 19일 강원FC와 원정 경기를 끝으로 유럽에 진출해 잉글랜드(볼튼 원더러스ㆍ크리스탈 팰리스)와 독일(VfL 보훔)에서 활약해오다 지난 3월 울산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K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9일 2020시즌 첫 공식 경기 상주 상무전에 나선 그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전북행’ 김보경 공백 지워버린 이청용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2선 곳곳을 누비며 팀의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1라운드 4-0 대승에 기여했다.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울산 공격의 큰 틀을 조율하는 중책을 훌륭해 수행했다.

서형욱(45) MBC 축구 해설위원은 “전반전엔 사실상의 플레이메이커 구실을 수행했다. 팀 공격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줬다. 오른쪽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게 움직이며 팀 공격을 도왔다. 결정적인 패스를 넣어주거나 수비진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구실도 해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반 17분 빠르게 위치 선정을 한 후 공이 날아오자 논스톱 헤딩 패스로 주니오(34ㆍ브라질)에게 건넨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유럽 무대에서도 통했던 위치 선정 능력과 패스 센스를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서형욱 위원은 “이청용은 울산의 공격이 짜임새 있게 움직이는 데 기여했다. 축구 지능이 뛰어나고, 기술과 경험 등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팀을 잘 이끌었다”고 짚었다.

이청용은 주니오가 2골(7분ㆍ45분)을 뽑아 팀이 2-0으로 리드한 채 후반전을 맞자 다소 힘을 뺐다. 서형욱 위원은 “(이상헌과 윤빛가람이 추가 골을 넣은) 후반전엔 다소 조심스러웠다. 공이 있는 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단 한 발 떨어져 여유를 가지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 펼쳤다”고 말했다. 이어 “한 경기였을 뿐이지만, 김보경(31ㆍ전북 현대)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힘주었다.

이청용의 활약은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축구 영상 AI(인공지능) 분석 플랫폼인 비프로일레븐이 이날 공개한 경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청용은 39차례 패스를 시도해 31차례 성공했다. 패스 성공률은 79.5%에 이르렀다. 공격지역 패스(14/18)와 중앙지역 패스(12/16), 수비지역 패스(5/5) 모두 성공률이 준수했다. 짧은 패스의 경우 25차례 시도해 21차례를 성공했다. 세밀한 패스도 곧잘 해냈다는 방증이다. 굵직한 횡패스(18/20)로 팀 공격을 환기시켰다. 키패스와 인터셉트는 각각 2차례씩 기록했다. 팀 내 최다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축구 전문가들 “울산, 우승 후보 1순위”

서형욱 위원은 “이청용은 왼쪽엔 김인성(31), 오른쪽 후방엔 김태환(31) 등 빠른 선수들을 곁에 뒀다. 이청용의 브레인까지 더해진 울산은 스쿼드 어느 곳도 빠지는 데가 없다. 명백한 우승 후보 1순위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울산과 전북 현대의 양강 구도 체제는 공고해질 것 같다. 이청용의 가세가 울산이 오랜만에 우승을 향해 갈 수 있는 티핑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고 내다봤다.

울산 구단이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한준희(50) KBS 해설위원과 김대길(54) KBS N 해설위원 역시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울산을 우승 후보 첫 손에 꼽았다. 한준희 위원은 “액면가 멤버는 전북보다 좋다”며 “울산이 우승한다면 이청용의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클래스가 있는데다가 성실하기까지 하다”고 전망했다.

이청용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첫 경기다. 저의 경기력은 아직 100점이 아니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앞으로도 팀 플레이에 중점을 둘 것이다. 팬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고 싶다. 하루 빨리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서 전 세계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선 "제가 맡은 임무는 공격 땐 볼을 잘 연결하고,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수비 때는 수비를 도와 최대한 실점을 막아야 한다"며 "팀 플레이와 승리가 우선이다. 공격 포인트도 중요하겠지만, 팀이 이긴다면 큰 욕심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승과 관련해선 “울산이 15년 동안 정상에 서지 못했다. 첫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우승을 얘기하는 건 이른 것 같다. 다음 주 수원 삼성전을 잘 준비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 잘 하다 보면 기회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인천전용구장에선 홈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대구FC와 득점 없이 비기고 승점 1을 따냈다.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원정팀 성남FC가 골잡이 양동현(34)의 멀티골에 힘입어 광주FC를 2-0으로 물리쳤다. 김남일(43) 성남 신임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를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8일 열린 K리그 공식 개막전에선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홈 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동국(41)의 결승 헤딩골을 앞세워 수원 삼성을 1-0으로 제압했다. 전북은 세계 축구 팬들의 눈길이 쏠린 개막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10일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선 홈팀 포항이 일류첸코(30ㆍ러시아)와 팔로세비치(27ㆍ세르비아)의 득점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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