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완주하다①:과거] 1000년 고찰 송광사를 가다
[완주, 완주하다①:과거] 1000년 고찰 송광사를 가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0.05.11 17:18
  • 수정 2020-05-11 17:18
  • 댓글 0

완주군 송광사 일주문 모습. 

[한국스포츠경제=박대웅 기자]전남 순천시 조계산에 있는 송광사와 헷갈리지 마시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종남산에도 같은 이름의 송광사가 있다. 뿌리는 같지만 완주 송광사만이 가진 매력이 여행자의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송광사는 가는 길부터 남다르다. 빼곡한 수풀을 지나 거친 숨을 몰아 쉰 끝에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느 사찰과 달리 평지에 있다. 주차장에 내려 대웅전을 지나 절 곳곳을 둘러보는 내내 완만한 평지가 이어진다. 계단 없다고 해서 한달음에 송광사를 모두 품으려 한다면 욕심이다. 천년고찰 송광사에는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송광사는 옛날 보조국사 지눌이 종남산 자락을 지나면서 신령스러운 샘물을 마신 뒤 그 자리에 훗날 절을 짓고자 땅에 정표를 묻었다는 일화를 품고 있다. 이후 지눌은 순천 조계산에 송광사를 중창하며 그 문도들에게 이르길 "종남산에 좋은 터가 있어 그 징표를 묻어 두었으니 그 곳에 사찰을 열면 대대로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자들은 종남산으로 와 그 터에 절을 열고 순천 송광사와 같은 송광사(松廣寺)라 했다. 송광사는 고려시대 탄생했지만 현재 모습은 조선후기인 17세기 벽암스님의 중창으로 이뤄진 것이다. 

송광사 소조사천왕. 

절의 이력을 살피고 일주문으로 들어섰다. 일주문에서 바라본 송광사는 금강문, 사천왕문 그리고 대웅전까지 모든 문과 문이 일직선으로 겹친다. 오로지 한 마음으로 부처에게 향하는 순례자의 마음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다. 눈길을 끈 건 소조사천왕상이다. 소조는 흙으로 빚은 것을 말한다. 사천왕상 중 비파를 들고 있는 사천왕상은 보관 왼쪽 끝 뒷면에 '1694년에 조성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사천왕상 발 아래 있는 마구니(마왕) 역시 인상적이다. 마구니는 어떤 형상을 가지고 있는 귀신이나 도깨 내지는 속인의 마음을 뜻한다. 마구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청나라 의복을 하고 있다. 병자호란의 풍파를 겪어낸 조선인들이 청나라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엿보인다. 소조사천왕상은 보물 1255호다. 

송광사 대웅전 전경. 

모든 번뇌를 쳐부수어 완전한 행복, 즉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라는 금강문을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서면 보물 1244호인 종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종루 옆에는 모든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보물 1243호)이 자리한다. 아쉽게도 예불시간이라 대웅전 경내를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대웅전을 비롯한 종루 등 송광사 곳곳에 위치한 수려한 조형물과 건축적 구성이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 조상들의 탁월한 감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송광사 종루 모습. 

송광사에는 종교간 통합과 화합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마로니에 나무가 있다. 과거 송광사는 천주교 신앙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이다. 그것이 인연이 돼 프랑스인 선교사가 감사의 뜻으로 대웅전 인근에 마로니에 나무를 심었다. 마로니에는 200년이 넘는 시간 불교와 천주교의 화합을 상징하며 송광사 경내에 자리했다. 하지만 뿌리가 대웅전으로 파고들면서 더이상 송광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마로니에 나무는 잘려 나갔고, 새로운 마로니에 나무가 송광사 외곽에 들어섰다. 마로니에 나무는 없어졌지만 마음만은 이어지고 있다. 석가탄신일에 천주교 주교가 연등을 달고 성탄절엔 스님이 예배를 들이는 진풍경이 송광사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로 가득한 송광사로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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