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잘 나가던 한류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 한류 3.0시대를 열었지만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의 보복 대응이 시작됐다. 이른바 ‘사드 괴담’이다.

가장 타격을 입은 분야는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음에도 한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연예인, 제작자 등 콘텐츠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류스타들의 방송 하차 및 통편집ㆍ행사 취소등이 연달아 알려졌다. 배우 유인나는 멀쩡히 촬영 중이던 드라마에서 이유도 모른 채 하차해야 했다. 가수 황치열은 중국 현지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지만 출연한 TV프로그램에서 통편집의 수모를 당했다. 가수 싸이와 아이콘(ICON) 역시 블러 처리 및 통편집으로 현지 방송에서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빅데이터 분석업체 Leevi와 사드 괴담의 반응을 주시했다. 사드 배치 지역의 재번복과 중국 당국의 구체적인 보복 개입 사례로 꼽히는 유인나의 드라마 하차가 알려졌던 8월 4~5일을 기점으로 전후 열흘 간의 국내 반응을 살폈다.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온라인에서는 중국의 한류 제재에 대한 게시글이 총 5,273건이었고 댓글은 7만7,61건이나 됐다. 게시글에 비해 댓글량이 월등히 많았던 까닭은 공식적인 중국 정부의 제재 언급이 없었음에도 한류스타들과 관련한 방송, 행사 들이 차질을 빚은 데 온라인 사용자들의 공분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한류 제재와 한류스타에 대한 의견이 나눠지는 것도 눈 여겨볼 사안이었다. 즉 사드로 인한 중국의 한류 제재에 대해 별개의 이슈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온라인 사용자들은 중국의 한류제재를 정치적 사안을 가지고 잘못된 방향으로 보복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인 반면 연예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의견을 피력한 이들은 ‘중국의 보복에 대해 유치한 결정’(61%)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보복에는 보복으로 맞서자는 복수’(28%)의 의견도 나왔다.

한류 제재와 별개로 연예인에 대해 우려될 것과 달리 예상을 빗나갔다. 한류스타들의 중국(해외)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임에도 대중의 걱정은 크지 않았다. 뉴스를 제외한 커뮤니티, 카페, SNS의 한류 제재 관련 댓글(3,259건)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75%나 됐다. 이중 가장 높은 반응은 ‘우리와 관계 없다’가 40%나 됐다. 그러나 한류스타들의 피해로 인한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정부 정책과 중국 언론의 피해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류 제재 유치한 결정

사드와 중국의 한류 제재와 관련한 5,273건의 게시글 중 열흘의 조사 기간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날은 8월 4일과 5일이었다. 이틀 전후로는 네티즌 반응은 온도차가 컸다. 4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주둔지역을 성주의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동시에 배우 유인나가 출연 중인 중국 드라마 하차 언급이 시작된 날이었다. 이어 게시글의 1,200건 가까이 나온 5일은 정부의 오락가락 국방 정책에 대한 비판과 유인나에 이은 한류 스타들의 타격, 엔터테인먼트 주식들의 급락 등이 알려지며 사드 불똥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의 변화 추이는 게시글 변화 그래프와 거의 비슷하나 4일 반응이 가장 높았다. 7만7,610건의 댓글 중 이날 하루에만 2만건을 훌쩍 넘는 댓글들이 생산됐다. 댓글 중 사드와 관련한 한류 제재에 대한 댓글이 가장 많은 5만1,64건이었다. 이중 부정(80%)이 긍정적인 반응을 압도했다. 온라인 사용자들은 정치적 사안인 사드에 한류와 같은 문화 분야의 콘텐츠 제재에 ‘중국 당국의 유치한 결정’(61%)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았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민간시장 개입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중국에 대한 복수도 필요하다’(28%)는 의견도 나왔다. 복수의 구체적인 행동으로는 중국 연예인 퇴출 의견이 도출됐다.

반면 사드 배치로 인한 한류 제재가 당연하다는 입장에서는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우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과반(50%)을 차지했다. 또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 연예계 시장 보호 및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려는 당연한 결정’(40%)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 한류 제재와 연예인 옹호 반비례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한류 제재와 한류스타에 대한 시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온라인 사용자들은 중국의 한류 제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세우지만 중국 당국의 보복 피해자인 연예인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아 온도차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한류 제재와 한류스타에 대한 시선이 독립적으로 존재함을 의미함을 짐작할 수 있다. 한류 제재로 인한 한류스타들을 이해하는 반응에서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됐고, 우리 정부의 정책과 중국의 언론플레이에 당한 피해자라는 시선이 컸다.

하지만 한류 제재와 관련한 연예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현지 사정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진출한 연예인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같은 대중의 반응은 연예산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한류 제재로 가장 많이 언급된 연예인은 유인나였다. 중국에 진출한 연예인 중 드라마 하차가 구체적으로 보도되며 한류 보복의 피해자로 남았다. 유인나는 열흘 기간 동안 308번이나 언급이 됐다. 이어 박보검이 218번으로 뒤를 쫓았다. 박보검은 유인나와 달리 현지에서 활동이 없음에도 중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은 경우였다. 당시 중국 네티즌과 언론은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다며 이유없이 비난했다. 이어 이준기(186번), 송중기(151번), 김우빈(124번) 등이 줄을 이었다. 언급이 가장 많았던 10명의 연예인 중 여성스타로는 수지(105번)와 트와이스 나연(25)이 이름을 올렸다. 트와이스 쯔위는 한국인이 아님에도 사드와 한류 제재로 인한 연예인으로 언급됐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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