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키움전 6회말 2사 주자 만루 키움 서건창 타석에서 한화 김범수의 폭투때 키움 모터가 홈으로 몸을 던져 세이프 될때 김범수가 홈에서 공을 잡지 못하고 놓치고 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뚜껑을 열어 보니 진짜 문제는 ‘앞’이 아니라 ‘뒤’였다. 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반 불펜 안정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비시즌 한화의 최우선 과제는 원투펀치 워윅 서폴드(30)와 채드 벨(31)의 뒤를 받칠 토종 선발진 구축이었다. 지난해 한화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4.87로 리그 9위였다. 2015년 안영명(36)이 10승 5패를 거둔 후 4년간 국내 10승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한용덕(55) 한화 감독은 겨우내 선발진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여러 선수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했다. 이적생 장시환(33)과 지난해 토종에이스로 활약한 장민재(30), 영건 김이환(20), 김민우(25) 등 국내 선발들이 시즌 직전까지 열띤 경쟁을 펼쳤다.

시즌에 돌입하니 부상으로 빠진 벨과 6일 SK 와이번스전서 조기 강판 당한 임준섭(31)을 제외하고는 에이스 서폴드를 비롯해 장시환, 장민재, 김이환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서폴드는 개막전 완봉승을 포함해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다. 장시환은 7일 SK전서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팀을 위닝시리즈로 이끌었다. 장민재와 김이환도 키움 히어로즈와 3연전에 선발 등판해 각각 5이닝 3실점, 5이닝 1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한화는 그토록 원하던 선발 야구를 하고도 웃지 못했다. 불펜진의 연이은 ‘방화’로 개막 첫주를 3연패로 마무리했다. 8일 키움전에선 7회말 3-3으로 맞선 상황에서 김범수(25), 신정락(33)이 두 점을 내줘 패했다. 9일에도 3-1로 앞선 상황에서 신정락과 김범수, 이태양(30)이 모두 실점하면서 역전패했다.

주말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인 10일 키움전에서도 한화 불펜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는 선발투수들이 자기 임무를 잘 맡아 주고 있는데 불펜 필승조만 완성되면 야구다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했다. 하지만 한화는 이날도 한 감독이 원하는 야구다운 야구를 하지 못했다. 선발 서폴드는 6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3실점(2자책점)으로 막으며 제 몫을 했지만, 3-2로 앞선 7회말 무사 1루서 불펜 투수들이 동점과 역전을 연이어 허용해 서폴드의 승리를 날렸다. 키움과 3연전 경기 양상은 모두 비슷했다. 결과를 떠나 내용이 처참했다. 선발투수가 호투하고, 타선이 극적으로 동점, 역전을 만들거나 선제점을 내고도 경기 후반을 지키지 못했다. 서폴드가 이날 경기에서 6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지고도 7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은 한화 불펜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믿었던 베테랑들의 부진이 뼈아프다. 올해 부활을 노리는 셋업맨 이태양은 올 시즌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부진했다. 이태양은 10일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쏠쏠한 활약을 펼친 신정락도 2경기 평균자책점 16.20으로 고전했다.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도 8∼9일 경기서 연이틀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10일 이태양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

한화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정우람(35)을 보유하고 있지만, 허리가 부실한 탓에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다. 확실한 필승조가 없다는 게 올 시즌 한화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1일 기준 한화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76으로 1위다. 상위권 팀 NC 다이노스(2.96), 롯데 자이언츠(3.18)보다 더 좋은 성적이다. 반면 중간 계투진은 리그 6위(6.75)에 그치고 있다. 한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토종 선발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엔 불펜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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