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터커(왼쪽)와 두산 페르난데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정확도 높은 소총에 파괴력 있는 대포까지 장착했다. KBO 리그 2년 차 외인 프레스턴 터커(30ㆍKIA 타이거즈)와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32ㆍ두산 베어스)가 더 무서워졌다.

터커와 페르난데스는 10일 경기에서 나란히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터커는 이날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타수 5안타로 6타점의 불꽃 활약을 펼쳐 12-3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BO 리그 데뷔 이후 첫 멀티홈런을 비롯해 최다타점, 최다안타를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페르난데스도 같은 날 잠실 KT 위즈전에서 만루홈런 포함 6타수 4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화끈한 타격감을 과시했다. 안타, 2루타, 홈런을 골고루 때리며 3루타만 빠진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두산은 페르난데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연장 10회 접전 끝에 13-12로 이겼다.

겨우내 둘은 장타력 강화를 위해 체중과 근력을 늘리며 파워를 키웠다. 이른바 ‘벌크업’(체격키우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터커가 홈런을 때린 뒤 동료들에게 축하들 받고 있다. /OSEN

터커는 지난해 5월 중순 제레미 해즐베이커(33)의 대체 외국 타자로 KIA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에 데뷔했다. 시즌 중반에 합류했음에도 빠르게 KBO 리그에 적응하며 중심타자 노릇을 했다. 거포는 아니지만, 영양가 높은 2루타를 많이 때리는 중장거리형 타자로 활약했다. 상대적으로 뛴 경기 수가 적음에도 2루타 33개를 기록해 이 부문 팀 내 1위, 리그 6위에 올랐다. 지난해 최종 성적은 95경기에서 타율 0.311 111안타 9홈런 50타점이었다.

지난해 말 총액 85만 달러(한화 약 10억3400만 원)에 재계약한 터커는 올 시즌 장타자로 변신을 시도했다.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 장타력 보강을 결심하며 비시즌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려 몸집을 키웠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국내 홍백전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 3개를 때리며 기대감을 높였고, 정규리그에 돌입하자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11일 기준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타율 2위(0.476), 홈런 공동 1위(3개), 타점 1위(11), 안타 공동 2위(10개), OPS 1위(1.465), 장타율 2위(0.905), 출루율 3위(0.560) 등 KBO 리그를 평정할 기세다. 특히 홈런과 장타율 부문에서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득점권 기회에서 무려 8타수 6안타(3홈런) 타율 0.750으로 리그 최고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되지 않는 KIA 타선에서 터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 시즌 질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했던 그는 올해 장타력까지 겸비해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리그 대표 ‘교타자’ 페르난데스도 KBO 리그 완전 정복에 나섰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두산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데스는 데뷔 첫해부터 맹활약하며 한국 무대 연착륙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4 15홈런 88타점 87득점 OPS 0.892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197안타를 때려내며 이정후(22ㆍ키움 히어로즈)를 제치고 안타왕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와 함께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으며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홈런을 친 뒤 김재환과 기쁨을 나누는 페르난데스. /OSEN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장타력 향상을 위해 비시즌 체격을 키웠다. 올 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자신의 최다안타 기록(197개)을 훌쩍 넘어 200안타에 도전할 태세다. 두산은 지난해 말 4번 타자 김재환(32)이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자 페르난데스와 재계약을 고민했다. 김재환이 떠나면 홈런을 쳐줄 수 있는 외국 타자를 영입해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재계약 이유를 당당하게 증명하고 있다.

11일 기준 타율(0.591), 안타(13개), 출루율(0.591) 모두 1위에 올랐다. ‘타격기계’라는 별명답게 개막 3경기 연속 멀티히트 포함 5경기 중 4경기에서 2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벌크업 효과로 시원시원한 장타까지 터뜨리고 있다. 안타 13개 중 2루타가 3개, 홈런이 1개다. 장타율은 리그 5위(0.864)다. 사실 페르난데스는 지난 시즌에도 팀 내 장타율 2위(0.483), 2루타 1위(34개), 홈런 공동 2위(15개)로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5경기 만인 10일 KT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하는 등 페이스가 더 빨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이날 경기 후 장타에 대해 "앞선 경기를 보면 전체적으로 홈런뿐만 아니라 타구 속도도 빨라진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되면서 타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 기술 훈련 등을 길게 할 수 있었던 게 많은 장타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긴 준비 기간을 활용해 웨이트, 러닝, 기술 등 훈련을 많이 했을 뿐이다. 시즌 초반이라 타격감은 100%가 아니다. 더 좋아질 것"이라며 “작년보다 몸에 힘이 많이 붙은 것 같다. 타격 부문에선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은데, 열심히 해 지난 시즌보다 나은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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