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신문물이 들어오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지도꾼 김정호의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권세가의 다툼과 정치적 혼란은 당연하고 개인의 사랑과 애끓는 부정(父情), 심지어 종교탄압과 독도도 주요하게 등장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는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공공의 적’ 강우석 감독의 3년 반만의 연출 복귀작으로 차승원, 유준상, 김인권, 남지현, 신동미, 남경읍 등이 출연한다.

실존인물인 지도꾼 김정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김정호의 개인사를 담은 상당수는 픽션이다. 김정호가 양반이 아닌 터라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에서 힌트를 얻어 영화로 재해석됐다.

도입부는 김정호(차승원)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도 그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호미곶, 합천, 북한강, 설악산, 백두산 천지까지 제작진이 9개월 동안 담은 대한민국 팔도의 전경이 펼쳐져 감탄을 부른다. 하지만 김정호는 딱 한 군데 독도(우산도)를 밟아보지 못하고 경기도의 집으로 돌아온다. 본격적인 인간 김정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지점이다.

극중 김정호는 수차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딸 순실(남지현)이냐, 지도냐 하는 원론적 이슈부터 대동여지도 목판을 권세가에 넘길 것이냐, 순실과 조각장이 바우(김인권)의 혼례를 허락할 것이냐, 여주댁(신동미)과의 로맨스를 이어갈 것이냐 등 계속해서 딜레마에 빠진다.

이렇게 영화는 지도에 미친 지도꾼 김정호라는 단순한 소재에 여러 흥미로운 살들을 붙여 간다. 양반들이 세력다툼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이용하는 장면이나,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과 왜구의 바다 침입 등도 눈길을 잡아끈다. 차승원이 뱉는 “삼시세끼 밥도 지어 줄 수 있다”는 대사 등도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한국사람이라면 여기선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하는 장면을 이어간다는 인상이 강하다. 한국적 정서가 배치된 모양새를 쉬이 찾을 수 있다. 일례로 김정호가 백두산 천지를 보며 한 번 울고, 마지막엔 독도에서 한 번 눈시울을 붉힌다.

사진=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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