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방역 모범국으로 자리매김…첨단제조 생산기지 급부상
인천공항 제1터미널 주기장에서 특별 전세기에 반도체 및 공기청정기, 진단키트 등이 화물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 사태가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빠른 조치로 인해 방역 모범국으로서 대처 능력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은 경제활동에 특별한 차질을 빚지 않고도 코로나 확산 발생을 억제해 향후 뉴노멀(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스경제는 '힘내라 대한민국' 시리즈 2탄으로 '기업이 희망, 위기극복 DNA를 깨운다'에 이어 ''포스트코로나, K리더가 글로벌 리더'를 연재한다.

[글 싣는 순서]
①코로나가 불러온 충격과 변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리더 꿈꾸는 '메이드 인 코리아'
▲코로나 극복 ‘각자도생’ vs ‘다자협력’ 갈림길
▲‘코리아 디스카운터’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뉴노멀 시대의 세계경제
▲2020년과 언택트, 그리고 디지털 코리아
▲세계경제, U자형 반등이냐 V자형 성장이냐
▲‘디지털 노마드’ 시대가 온다
▲K이코노미, 글로벌 시장 리더로
③K이코노미 미래 좌표
▲정부·기업 협력, K이코노미 르네상스 이끈다
▲과감한 규제혁신, 기업의 놀이터 만들어야
▲다자·양자간 FTA 등으로 글로벌 협력사슬 강화
▲새로운 '노사관계'…기업성장의 필수조건
▲스마트 제조 전환·국내 산업생태계 복원
④제2의 도약 꿈꾸는 ‘K콘텐츠’
▲‘코로나19 폭탄’..연예계 규제 완화 급선무
▲지드래곤, 중국 음료모델 발탁..한한령 해제 신호탄
▲콘텐츠 제휴 강화로 글로벌 시장 노려야
⑤세계변방에서 중심으로 ‘K스포츠’
▲스포츠 없는 세상, 코로나19가 남긴 교훈
▲한국 야구·축구, 전 세계 기준이 되다
▲태권도장 사범, 코로나에 걸리면…입법 사각지대 없애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간한 주요 20개국(G20)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2%로 G20 중 4번째로 높았으며 IMF의 1월 전망치 대비 하락 폭은 3.4%포인트로 가장 작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G20 올해 경제성장률은 -2.8%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5.9%, 일본 –5.2%, 유럽 –6.6% 등 대폭 하락했고, 연간 6%대 경제성장률을 기대했던 중국 역시 1.2%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의 보고서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2.3%에 비해 -2.4% 하향 조정해 -0.1%로 낮췄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31개국 중 홍콩(-1.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31개국 중 중국(2.0%)과 인도네시아(0.8%)에 이어 3번째를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도 한국이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빠른 방역 조치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확산되자 대부분의 글로벌 공장들이 ‘셧다운(업무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생산 차질을 빚게 됐지만 국내에서는 확진자 검수 조사 등을 통해 방역 활동에 역량을 쏟아부었고 시민 사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에 나서며 확산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공장이 셧다운 없이 생산에 나서며 수출 감소도 그나마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경제 매체인 CNBC는 “한국이 코로나 대응 정책 덕분에 전면적인 봉쇄 정책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을 억제했다”며 “경제활동을 억압하지 않아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 한국산 위생용품 수출 급증 /연합뉴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이 주목받게 된 점은 ‘K방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코로나19 진단키트가 한몫했다. 씨젠, 바이오텍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내놓은 진단키트는 임상 및 분석 면에서 높은 진단률을 보이며 국내 보건산업의 역량을 보여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진단키트 수출은 3∼4월 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수출 규모(약2466억원)가 8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1월부터 4개월 간 누적 수출금액은 2억2598만 달러(약 2769억원)에 달한다.

수출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탈리아, 인도, 미국 등의 순으로 높았으며, 지난 1월에 1개국에 불과했던 수출국은 4월에만 총 103개국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K방역이 글로벌에서 인지도를 쌓으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어 올리며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국내 K팝, K드라마와 같은 한류에 있어서도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문화 분야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쓸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주지훈 주연의 ‘킹덤’ 역시 해외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불러모은 작품으로 인지도를 알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던 ‘2020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스포츠 활동이 중단된 상황 속에서 한국은 지난 5일 무관중이지만 유일하게 한국프로야구(KBO)를 개막했다.

코로나19 영향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는 아직 재개를 논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철저한 방역과 운영계획을 통해 정규 리그를 시작해 해외 언론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를 통해 코리아라는 이름 자체가 글로벌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자 정부에서는 ‘한국판 뉴딜’과 ‘한국 기업 유턴과 해외 첨단사업과 투자 유치’ 등의 전략으로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이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포스트 코로나’ 추진에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되었고,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며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방역과 바이오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해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고,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국내는 온라인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5세대 이동통신(5G), 디지털인프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유통·교육 등 비대면 산업을 기회의 산업으로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에릭 존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비(非)대면 활동이 경제·산업·교육 등 전반에 걸쳐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스마트제조혁신센터 살펴보는 성윤모 장관 /연합뉴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을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 과정에서 투명하고 안전한 첨단산업의 세계공장(Safe Korea)으로 탈바꿈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위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업종별, 주제별 산업전략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비대면산업 육성 ▲K방역·K바이오 글로벌 진출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협력 리더십 등을 위한 정책을 준비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경제 셧다운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 공급망의 의존도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가격경쟁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전국적인 봉쇄조치 없이도 코로나19 사태에도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한 만큼 한국이 핵심 부품·소재 공급에 있어 아시아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한국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육성과 투자를 장려함에 따라 효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효성이 베트남에 만들려던 차세대 섬유 신소재 '아라미드' 생산 라인을 울산에 짓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무역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국내 경기 회복 측면도 고려해 전격 국내 증설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 유턴을 내세운 정부지만 산업부가 집계한 ‘유턴기업 선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에 돌아온 기업은 16곳에 그쳐 지난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유턴기업은 총 64개에 그쳤다. 그중 중소기업만 59곳에 달해 사실상 영향력 있는 대기업은 1곳에 그쳤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이 국내에 돌아와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각종 규제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복귀 의향이 있는 해외 진출 기업 30곳(전체 조사 대상 기업은 240곳) 중 서울·수도권으로 복귀하겠다는 기업이 절반(16곳·53.3%)을 넘었다.

그러나 수출 환경이 잘 갖춰진 수도권에는 높은 입지 규제로 사실상 진입이 어렵고, 지방으로 내려가면 물류비·임차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국내 노동환경은 유연성이 떨어져 고용시장 불안정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문 대통령의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그동안 중소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각종 노동과 환경 규제로 인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해외로 이전한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유턴을 유도하고 외국 첨단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본 등 주요국 리쇼어링(Reshoring) 지원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나서 방역 모범국 이미지를 활용해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고 의지를 밝힌 만큼 국내 경제 활성화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과감한 전략이 어떻게 이뤄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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