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 영업적자 5632억원으로 타사 대비 절반 수준... 산유국 감산 실패에 장기화 수순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1분기 56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타사 대비 절반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정유업계가 저유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1분기를 보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을 합하면 4조3775억원에 달한다. 1분기만에 지난해 정유 4사 합산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을 뛰어넘는 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1조7752억원, GS칼텍스는 1조318억원, 에쓰오일은 1조7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손실 규모가 5632억원으로 타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손실은 연결기준 5632억원으로 당사 추정치를 크게 하회했다"며 "1분기 유가급락에 따른 손실만 약 5885억원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이 253억원으로 추정돼 경쟁업체 대비 수익성 높다"고 분석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 영업적자는 국내 경쟁사가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됐다"면서 "영업 손실이 정제능력과, 재고평가손실 인식방법의 차이를 감안해도 경쟁사 대비 양호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유가급락과 이에 따른 대규모 재고관련 손실로 적자전환했다"면서도 "현대오일뱅크는 수요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 지난해 말부터 공장 가동률을 낮췄으며 예년에 비해 정기보수 일정도 앞당겨 진행, 원유와 제품 재고를 줄여 시장 전망 치와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분법 적용 대상인 현대코스모가 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유가하락에 따른 원재료 매입단가하락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증가, 2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를 더하면 적자폭은 줄어든다.

현대코스모과 현대쉘베이스오일은 각각 방향족 석유화학사업과 윤활기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재고평가손실에서 에쓰오일(7210억원) 대비 1227억원으로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를 예측하고 일일 정제능력을 일 52만배럴에서 46만배럴로 12% 축소한 게 주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선방했지만 정유업계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정제마진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 때문이다.

사우디라아비아와 러시아간 의견 충돌로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원유 증산으로 이어져 재고가 넘쳐났다. 다행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하루 원유 생산량을 기존의 1200만배럴에서 850만배럴로 감축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원유 수요가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11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4%(0.60달러) 하락한 24.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떨어졌다.

그나마 사우디가 6월부터 하루 100만배럴의 추가 감산에 들어갈 계획을 발표, 정유업계 희소식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실행되고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봉쇄조치가 풀린다면 2분기 실적은 상당 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 이달 9일부터 다음달 하순까지 예정된 제2공장 정기보수 기간 동안 정유, 석유화학 생산설비의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도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 항공유와 휘발유 수요 급감 등을 고려해 2분기 울산 정제공장을 보수적으로 가동한다. 이동열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울산 컴플렉스(CLX)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트유와 가솔린 수요 급감 등을 감안해 원유정제설비(CDU)를 감량하고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정비설비를 통해 1분기 대비 15만베럴을 감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 국제유가 급락이 오히려 정유업황 사이클에 긍정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정유설비 증설 계획이 연기되면서 증설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라며 "2020년 하반기 예상 영업이익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괄목할 회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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