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소속 이용규가 2020시즌 심판의 볼 판정에 쏟아낸 작심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부탁 아닌 부탁을 드리고 싶다. 신중하게 잘 봐주셨으면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주장 이용규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 후 인터뷰에서 "3경기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볼 판정의 일관성에 불만이 굉장히 많다"며 "신중하게 잘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SK경기 해당 심판위원 5명 전원을 9일부터 퓨처스리그로 강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BO는 강등된 심판위원들의 시즌 준비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퓨처스리그에서 재교육을 받는다. KBO는 판정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 "향후 심판 판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프로야구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심판 판정에 대한 선수 개인의 공개적인 의견 개진에 대해선 "리그 구성원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제와 함께 재발방지를 당부하기로 했다"고 추가적인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하나로 승패가 발뀔 수 있는 야구에서 판정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판정 시비의 종지부를 찍을 해법으로 '로봇심판'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KBO는 올 하반기 퓨처스리그에 로봇심판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용규가 쏘아 올린 작심발언으로 다시금 조명 받고 있는 로봇심판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로봇심판 시작은 언제일까

2015년 6월 샌 라파엘 퍼시픽스와 피츠버그 다이아몬즈간 독립리그 경기에서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심판이 활용됐다. 당시 로봇심판은  Pitchf/x 데이터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했다. Pitch/x는 카메라를 이용해 투구를 시속 1마일과 1인치 이상의 정확도로 추적한다. 2006년 메이저리그에서 첫선을 보인 기술이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로봇심판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7월10일 미국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는 올스타전에 로봇심판을 사용했고,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도 로봇심판이 도입됐다. 당시 로봇심판은 투구를 분석하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이었다. 

KBO리그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봇심판, 인간 밀어낼까

로봇심판이 인간 심판을 밀어내고 야구의 시작과 끝, 경기 진행을 총괄하는 주심의 권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로봇심판은 인간 심판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봇심판은 지난해까지 음파를 이용한 레이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트랙맨 시스템'을 채택했지만 바운드 볼 등 급격하게 떨어지는 공과 내야플라이처럼 솟구치는 타구 추적에 한계를 보였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에서부터 트랙맨이 아닌 '호크아이' 기술을 이용한 로봇심판을 시험하기로 했다. 호크아이는 레이더가 아닌 카메라를 활용한 광학 추적 방식으로 2006년 테니스를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골라인 판독 등에 활용됐다. 

결국 로봇심판의 판정은 완벽하지 않은 셈이다. 로봇심판은 세이프와 아웃을 간별하는 인간 심판을 보조하는 영역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 등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겨질 전망이다. 하지만 기술적 보완은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 당분간은 로봇심판이 인간의 보조자 역할에 그칠지 모르지만 인간을 밀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과 불안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로봇심판 실험하는 KBO

KBO리그도 로봇심판 실험에 나선다. 이미 올해 초 입찰을 통해 로봇심판 시범운영 대행업체를 선정했다. KBO는 올 시즌 퓨처리스리그에서 후반기 20경기 내외로 로봇심판을 시범 운영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트래킹 기술 업체와 협력해 미국과 다른 KBO리그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관건은 로봇심판이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현장과 팬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느냐다. 억울한 볼 판정으로 '지옥'을 맛 봤던 팬들은 로봇심판 도입을 반기고 있다. 볼 판정은 일관성 있고 공정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현장의 목소리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KBO 관계자는 "심판진도 로봇심판 도입과 관련 수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심판 판정을 두고 공정성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로봇심판 도입 시점에 대해 KBO 관계자는 "올 하반기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2021시즌 퓨처스리그 전 시즌에 적용한 후 빠르면 2022시즌부터 1군 무대에 로봇 스트라이크 존 정식 도입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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