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챔피언십에 나서는 김세영. /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대 최고 수준의 대회를 열게 했다. 14일부터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나흘 동안 펼쳐지는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은 여러 의미에서 투어 42년 역사에 남을 만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 최고액 ‘훌쩍’ 넘은 총상금

우선 30억 원인 총상금부터가 역대 최고다. 종전 최고액은 지난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내걸었던 200만 달러(약 24억5000만 원)였다. 이 대회는 KLPGA 투어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지역 파트너로 참여한 대회였다. KLPGA 투어 단독 개최 대회만 따지면 하나금융 챔피언십이 내세운 총상금 15억 원이 그간 최고액이다.

올 시즌 KLPGA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당초 23억 원이었다. 그러나 회장사인 호반그룹과 대회 장소인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주관 방송사인 SBS 골프 등이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7억 원을 증액해 총상금 30억 원 규모로 열리게 됐다.

우승 상금 또한 애초 1억6000만 원에서 2억2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2억2000만 원은 총상금의 7.3%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 최혜진(21)이 총상금 10억 원의 20%인 2억 원을 가져간 것에 비하면 우승 상금의 비율은 크게 낮춘 셈이다. KLPGA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시즌 초반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선수들의 형편도 어려워졌을 것이라 보고 가능하면 많은 선수가 나서 골고루 상금을 탈 수 있도록 배려했다.

KLPGA 챔피언십 로고. /KLPGA 제공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 ‘3명’ 출전

출전 선수도 투어 사상 최다 인원인 150명이다. 출전 선수가 많아도 140명을 넘지 않는 KLPGA 주관 대회의 관행을 고려하면 적어도 10여명 이상이 많은 수다. 출전 선수들 중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세계랭킹 3위 박성현(27)을 필두로 6위 김세영(27), 10위 이정은(24), 13위 김효주(25)까지 내년 7월 열릴 도쿄올림픽 출전 사정권에 있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이보미(32)와 안선주(33), 배선우(26) 등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태극낭자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대회에 적용될 제도도 이색적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일부 대회에서도 적용되는 MDF(Made cut Did not Finish) 방식으로 진행된다. 출전 선수들은 1, 2라운드 성적에 따라 공동 102위까지 3라운드에 오른다. 다만 MDF에 걸려 3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성적 순으로 상금이 돌아간다. 최하위 150위 선수가 받게 될 상금도 624만6667원으로 적지 않다. 교통비와 숙박비, 캐디비, 세금 등을 떼고도 몇 백만 원이 남는 수준이다. 3라운드 진출자 중에서는 공동 70위까지가 최종 4라운드에 나서게 된다. 3라운드에서 꼴찌를 해 4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선수도 1000만 원이 넘는 상금을 거머쥔다.

KLPGA는 “대회 개최 취지에 가장 적합한 상금 요율을 적용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모든 선수가 상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질 이 대회로 인해 이번 시즌 선수들의 상금 순위가 초반부터 큰 격차가 나지 않도록 고려했다”며 “진정한 나눔이 실천되는 대회로 열릴 예정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관중’이지만 철저한 방역 예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관리도 남다르다.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은 대회 안전 개최를 위해 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워크스루 자외선 살균 시설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레스토랑에는 '1인 식탁'을 준비해놨다.

KLPGA는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에 따라 선수를 비롯해 협회, 대행사, 실행사, 미디어 등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대회장에 들어갈 때마다 체온 검사를 하고, 모든 구역에서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한다. 증상 발생 여부와 외출 동선 확인을 위한 자가점검표 작성, 손 소독제 배치, 공동 이용공간 소독 등 각종 방역 대책도 마련했다.

무관중으로 열리는 가운데 취재진은 몰릴 것으로 보인다. KLPGA의 한 관계자는 11일 “이번 대회의 경우 취재진의 코스 취재는 상당 부분 제한이 되는데 그럼에도 취재 신청 인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일별 1사 1인 원칙이며 지정좌석제를 실시하는데 취재 신청인원이 50명을 넘어섰다. 미디어 센터 수용 적정 인원을 초과할 경우 KLPGA 내부 기준에 따라 출입 인원을 제한해 운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골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관중 없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샷을 겨루는 모습은 골프 역사상 보기 드문 진풍경이 될 것 같다”며 “이 대회가 개최 취지에 맞게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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