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에서 개명한 키움 김태훈.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손아섭(32)은 이름을 바꾼 뒤 야구인생을 꽃피웠다. 2009년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개명(改名)했는데 이른바 ‘대박’을 쳤다. 2010년부터 매 시즌 100경기 이상 뛰며 9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하는 등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발돋움했다. 과거에도 이름을 바꾼 사례가 있었지만, 손아섭의 영향으로 개명이 유행처럼 번졌다.  

KBO 리그 선수 개명 바람은 진행형이다. 올 시즌에도 여러 명의 선수가 이름을 바꾸고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김태훈(28), KIA 타이거즈 변시원(27), SK 와이번스 김주온(24)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김동준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키움 김태훈은 지난달 개명절차를 마쳤다. 김태훈이 새로운 이름으로 선수등록을 하면서 KBO 리그에는 SK 와이번스 투수 김태훈(30), KT 위즈 내야수 김태훈(24)까지 김태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세 명이 됐다.

2012년 9라운드 79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33경기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된 김태훈은 이날 팀이 1-3으로 뒤진 5회 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6-3으로 역전승해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지난 4일 득녀한 김태훈은 개명 후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 겹경사를 누렸다. 그는 “예전에도 개명을 고민했는데 그땐 바꾸기 싫었다. 최근 이런저런 주위 얘길 듣다 보니까 이름을 바꿔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팀 동료들도 한때는 호칭이 왔다 갔다 했지만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고 웃었다. 

KIA 변시원. /OSEN

변시원은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로 KIA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름을 바꿨다. 두산 시절 잦은 부상으로 고생한 그는 새 출발을 다짐하며 개명했다. 변시원은 “뜻대로 안 풀렸고, 원인 모를 부상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고, 스스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개명했다”고 밝혔다.

작명소에서 받은 이름은 하늘의 은복을 받는다는 뜻의 시원이었다. 좋은 뜻을 가진 이름이지만, 공교롭게도 성이 변씨인 바람에 일부 팬들의 놀림거리가 됐다. 그러나 변시원은 “팬들이 제 이름을 두고 재미있게 말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 이름을 더 불러주고 기억해주니까 개인적으론 좋다”고 말했다. 변시원은 지난 7일 키움전에 구원 등판해 1.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2015년 4월 14일 수원 KT전 이후 185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SK 김주온. /OSEN

올 시즌 1군에 데뷔한 김주온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2차 7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당시 이름은 김찬이었다. 그는 삼성에서 1군 데뷔 기회를 잡지 못했고, 2017시즌을 마친 뒤 현역으로 입대했다. 김주온이 훈련소에 있는 사이 2017년 2차드래프트에서 SK가 그를 지명해 팀을 옮기게 됐다. 강원도 인제의 12사단에서 철책 영상 감시병으로 복무한 김주온은 지난해 전역한 뒤 SK에 합류했다. 예비역이 된 뒤 예전보다 간절함이 더욱 커진 그는 야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마련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며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은 김주온은 은 지난 6일 1군에 등록됐다. 1군 데뷔전이던 7일 한화 이글스전서 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의 안정된 피칭을 했고, 2경기 2.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올 시즌 SK 불펜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주온은 개명에 대해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부모님의 권유로 이름을 바꿨다. 좋은 뜻의 이름으로 바꿨으니 올 시즌 야구가 더 잘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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