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WKBL이 차기 시즌 외국 선수를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여자프로농구가 외국인 선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선수 선발을 잠정 중단키로 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차기 시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11일 오전 제23기 제6차 이사회를 열고 2020-2021시즌 외국 선수 선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차기 시즌 선수 선발 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이 생김에 따라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선수로만 정규리그가 열리는 것은 2011-2012시즌 이후 2020-2021시즌이 9시즌 만이다. WKBL은 “2021-2022시즌 이후 외국인선수 제도 운영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국 선수 제도는 WKBL의 뜨거운 감자였다. 현재 각 구단은 외국 선수 1명씩을 보유할 수 있다. 외국 선수의 출전 시간은 최대 30분이다. 2쿼터는 외국 선수의 출전이 불가하고, 국내 선수들만 코트를 밟을 수 있다. 외국 선수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규정이지만, 2019-2020 시즌 정규리그 득점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외국 선수들이 차지할 만큼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선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선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최근 한국 여자농구는 저변 약화와 국제 경쟁력 저하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 선수를 코트에서 빼고, 국내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WKBL은 출범 초기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운용하다 2007-200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5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앴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 외국 선수 제도가 없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한국 여자농구가 8강까지 올랐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인 보유를 주장하는 리그 수준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득점력을 자랑하는 외국 선수들이 없어지면 여자농구의 재미가 반감되고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 선수가 빠지면서 떨어질 리그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는 WKBL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새 시즌 전력 구상에 돌입한 각 구단 사령탑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비시즌 동안 리그를 뒤흔들 전력 이동은 없었다. 전력 누수가 거의 없고, 토종 선수층이 탄탄한 우리은행과 KB스타즈가 다음 시즌에도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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