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산 진단키트 전세계 수출 활발...제약·바이오 기업, 백신 치료제 개발 박차
지난달 9일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대응 관련 화합물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김호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정부가 보여준 광범위한 역학 조사와 투명한 검사 시스템은 국내의 팬데믹 피해를 최소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등극한 대한민국의 위상과 기술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전략연구소인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BESA)는 코로나19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응을 극찬하며 “코로나 위기 이후 한국의 위상은 훨씬 더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 및 기업의 모습은 글로벌 명성을 강화하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발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국가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가격’으로 경쟁력을 보던 디스카운터 전략에서 글로벌 경제활동을 선도하는 프리미엄 전략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 산업전략으로 바이오와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한국판 뉴딜’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용 진단키트 등에 '브랜드 코리아' 부착

그동안 한국은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달갑지 않은 말을 들어왔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의 무역보복 등 정치·외교 리스크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상품 역시 디자인과 품질은 뛰어나지만, 인지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6년 코트라가 발표한 ‘외국 바이어가 본 한국상품의 경쟁력 현주소’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바이어들은 우리나라 제품의 디자인과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는 가장 높게 평가했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박한 점수를 줬다. 

특히 한국의 전기전자제품은 기능과 디자인 부문에서 경쟁력 1위를 나타냈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보다 낮은 5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삼성이나 LG도 일본 브랜드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은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맞았다. 이번 방역 성공을 계기로 ‘선진사회 시스템을 가장 잘 갖춘 나라’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은데 이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산 진단키트와 방호복, 마스크로 인해 브랜드의 가치가 급상승하게 된 것이다.

한국산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진단키트를 수입하는 나라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표기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출하는 진단키트 등 95개 제품에 ‘브랜드K’를 붙이기로 했다.

현재 다수의 국내 기업이 진단키트를 개발해 전세계로 수출하고,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로 대표되는 제약·바이오 기업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정부 역시 효과적인 방역 모델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장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한국형 코로나 방역모델의 국제표준화에 나섰다. 한국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도록 ‘K-방역모델’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검사·확진·역학·추적·격리·치료로 이어지는 감염병 대응 과정 절차와 기법 등을 체계화해 국제표준화기구(ISO) 안건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국제표준으로 제안할 방역모델에는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스루)·도보 이동형(워크스루) 선별진료소 검사 운영 절차, 생활치료센터 운영모형 등이 있다. 국내를 기점으로 일본 및 미국이 연이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표준안은 ISO에 제출한 상태다.

오는 11월에는 지난 2월 국제표준안 투표를 통과한 코로나19 진단기법인 ‘실시간 유전자 증폭 기반 진단기법(RT-PCR)’이 제정을 앞두고 있다. 

해외투자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K-바이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에 나섰다. 펀드는 국내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및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지원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2013년부터 K-바이오 육성과 해외 진출을 위해 800억원을 출자해 총 43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해왔다. 이번 신규펀드는 복지부 모태펀드 회수금 150억원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출자금 250억원을 초기 자금으로, 민간투자자를 모집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성 장관은 “코로나 이전(BC)과 이후(AC)가 극명하게 다를 것이라는 전망처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정책 패키지를 잘 준비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방역 선도국으로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경제 재도약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4차 산업기술' 한국판 뉴딜의 결정판 

한국판 뉴딜의 다른 축은 ‘비대면 산업’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생산 업무가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4차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언택트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거리나 환경의 문제가 줄어든다. 코로나 확산에도 SK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용해 새로운 근무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가 도입한 클라우드 방식의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프로그램 개발 도구에 클라우드 방식을 도입해 외부에서 접속가능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IT와 관련한 개발 업무는 보안 지침이나 개발 프로세스 문제로 오프라인 상주 방식이 주로 사용돼 왔다. 현대 측은 이를 보완해 한층 더 고차원의 비대면 근무제를 도입했다는 평을 받는다.

비대면은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도입한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 연수 채널인 ‘KOSME-LIVE’가 예시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교육서비스 분야에서 비대면 실시간 스트리밍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동안 일부 수험생에 ‘동영상 강의’ 형태로 진행되어오던 원웨이 방식에서 이제는 쌍방향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초ㆍ중고생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웹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가 VR과 AR기술과 만나면 성장 가능성은 더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생생한 교육이 가능한 ‘가상강의실’을 구현하기 위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온라인 교육 콘텐츠 4개 과제에 총 22억원을 투자하고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28㎓ 통합형 기지국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 '8.5Gbps' 달성에 성공했다. 이는 2900여명이 720p HD급 영상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속도다. / 연합뉴스

막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비대면 산업은 자연스럽게 ‘5G’ 산업과도 연결된다. 대한민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을 만큼 네트워크 경쟁력이 뛰어나다. 디지털 산업 기술이 엄청난 속도의 5G와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3.5㎓ 기준 5G는 LTE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3~4배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5G 가입자는 536만699명에 달한다.

가입자가 늘고 산업이 커지면서 5G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5G 이동통신 28㎓ 통합형 기지국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 ‘8.5Gbps’를 달성했다. 이는 2900여 명이 HD급(720p) 영상을 동시에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속도다.

28㎓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돼 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고 원활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첨단 5G에 힙임어 고용량의 영상 스트리밍, 증강현실 교육과 가상현실 회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산업이 더욱더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호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 전무는 “2020년은 5G 기술과 서비스가 여러 산업분야로 확대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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