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1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뜻하는 숏폼(short form) 콘텐츠 열풍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휩쓸고 있다. 그러자 기존에 호황을 누리던 롱폼(long form) 플랫폼 업체들도 숏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찾고 있다.

■ 대세는 숏폼

숏폼 동영상은 짧게는 수초에서 최대 10분 남짓한 길이로 제작된다. 언제 어디서나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다.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에 익숙하고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층에게 주로 인기가 있다. 메조미디어의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는 향후 OTT 서비스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OTT를 포함한 전반적인 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올릴 수 있는 틱톡(TikTok)은 2017년 11월 한국에 공식으로 출시된 이후 숏폼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 2월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월 대비 11% 증가하며 OTT앱 순위 6위에서 4위로 올랐다. 

또한 글로벌 이용자 수는 8억 명이 넘었고 틱톡의 성공으로 바이트댄스는 단숨에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업 가치가 780억 달러(약 94조 4190억 원)에 달한다.

닐슨코리안클릭은 "틱톡은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편집해 영상을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다양한 기업, 연예인들과 마케팅을 진행하며 이용자 확보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 숏폼 경쟁 본격화

지난달 6일(미국 현지시간)에는 글로벌 숏폼 콘텐츠 OTT 퀴비(Quibi)가 출시됐다. 퀴비는 간식을 뜻하는 Quick Bites의 약자로 10분 내로 제작된 영상을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다. Z세대가 하루에 연속해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평균 6분이라는 조사에 따라 모바일에 최적화된 턴스타일 기술을 적용해 모바일에서만 영상을 제공한다. 퀴비는 론칭 전부터 디즈니 등 대형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을 뿐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기예르모 등 유명 제작자를 파트너로 영입해 기대를 모았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은 최근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탄지(Tangi)와 바이트(Byte), 릴스(Reels)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문적인 편집 기술 없이도 더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숏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높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블로그용 숏폼 동영상 편집기 모먼트를 출시했다. 모먼트는 동영상 편집 기술이 없는 초보자도 몇 번의 터치만으로 쉽고 간편하게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모바일 숏폼 동영상 편집 도구다. 숏폼 동영상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블로그에 순간, 일상, 정보, 리뷰 등에 관한 동영상을 쉽게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카카오도 최근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오윤환 제작 총괄을 비롯해 김민종, 문상돈, 박진경 PD 등 다수의 스타 프로듀서를 영입해 연내 숏폼 콘텐츠를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 롱폼 플랫폼의 반격

OTT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롱폼 업체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 활동 대신 실내 활동이 늘면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지만 MZ세대를 기반으로 한 숏폼 플랫폼의 상승세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빈지 워칭(binge-watching) 전략을 내세웠다. 빈지는 폭식 혹은 폭음을 뜻한다. 짧은 시간에 많이 소비한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킹덤'이나 '인간수업', '종이의 집' 등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한꺼번에 공개해 시청 흐름이 끊기지 않고 도입부터 결말까지 몰아서 정주행 시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 콘텐츠 소비를 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페이스북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1시간 길이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 IGTV(인스타그램TV) 앱을 전면 개편해 롱폼 플랫폼을 앞세웠다. 유튜브처럼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 숏폼의 실패

많은 OTT에서 숏폼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모두가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퀴비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선보인 첫날 앱 다운로드 건수가 30만 건으로 6개월 전 론칭한 디즈니 플러스(400만 건)의 7.5%에 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론칭 1주일 기준으로도 다운로드 횟수가 170만 건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주 후엔 애플 앱스토어 '톱 50' 차트 밖으로 밀려났다. 

인스타그램이 선보인 IGTV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10억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에도 불구하고 IGTV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난 1월 인스타그램 엡에서 IGTV 버튼이 퇴출당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영상은 실패라는 비난도 들었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틱톡의 성공으로 국내외 업체들의 숏폼 콘텐츠 경쟁은 본격화 됐다. 서로 앞다퉈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 다 성공적인 론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순히 콘텐츠의 길이가 흥행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콘텐츠 소비 습관이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숏폼이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건 콘텐츠의 질이다. 내용이 충실하게 기반을 두어야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틱톡, 퀴비, 인스타그램 공식 블로그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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