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구, 세징야 의존도 줄여야
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대구 세징야(왼쪽)와 인천 마하지.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지난해 대구FC가 K리그1(1부) 상위 스플릿(파이널 A)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킨 데는 브라질 미드필더 세징야(31)의 존재가 한몫했다. 세징야는 35경기에 나와 15득점 10도움을 기록해 대구 공격 첨병 임무를 수행했다. 사실상 그의 발끝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 2019시즌 함께 호흡 맞춘 김대원(23), 정승원(23), 에드가(33)가 팀에 잔류해 올 시즌에도 세징야를 필두로 대구발 돌풍이 재현되는 데 기대가 쏠렸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세징야가 봉쇄되자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세징야 의존도 높은 대구가 치명적인 숙제를 떠안았다.

대구는 9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경기를 치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대구가 홈팀 인천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 경기는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대구의 창은 단단한 인천 수비 조직에 가로막혀 무뎌졌다. 수비수 다섯 명(플랫 5)을 세우는 극단적인 전술 앞에 대구는 활로를 뚫지 못했다. 특히 인천 미드필더 라시드 마하지(28)가 세징야를 꽁꽁 묶었다. 세징야로부터 대구 모든 공격이 전개된다는 걸 간파한 인천의 임완섭(49) 감독은 체력이 좋고 발이 빠른 마하지에게 전담 마크 임무를 줬다. 마하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패스 길목을 차단하자 세징야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도, 전매특허인 정확한 패스도 힘을 잃었다. 대구는 인천과 0-0으로 비기며 시즌 첫 경기를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다.

대구에 인천 원정은 시즌 종료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여실히 드러난 경기다. 아울러 그동안 대구가 세징야 한 명에 얼마나 많이 의지했는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원에서 배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측면 미드필더 중심의 빠른 속공도 빛을 보지 못했다. 세징야와 멋진 호흡을 보이던 전방 공격수 에드가는 고립됐다. 이병근(43) 대구 감독대행은 경기 뒤 “마하지가 세징야를 맨투맨으로 들어오고, 전 선수가 가담해 플랫 5로 수비를 내리니 김대원의 스피드, 세징야의 공 관리, 패스 이런 것이 살아나지 못한 게 아쉽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세징야나 김대원이 살아나야 우리 경기를, 대구다운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되짚었다. 이날 일전은 앞으로 대구를 상대하는 팀이 참고할 지침서가 됐다. 대구로서는 세징야가 봉쇄될 때를 대비한 전술적인 ‘플랜 B’를 찾아야 한다.

대구는 1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리그 2라운드이자 홈 개막전을 치른다. 포항은 지난 시즌부터 김기동(49)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특유의 패스 축구인 ‘스틸타카’가 완성형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강팀이다. 10일 1라운드 홈경기에선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제압하며 2020시즌 단추를 잘 끼웠다. 첫 경기부터 문제점을 노출한 대구로선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포항이 부담스러운 상대다. 이 감독대행은 “전력을 분석하고 선수 개인 장단점을 파악해 포항 홈경기를 준비하겠다“며 “포항전에서 첫 승리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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