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DB손해보험의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보험업계가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은 독창적 보험상품에 부여하는 독점 판매 권한으로 3~9개월의 기간 동안 다른 보험사는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삼성화재가 DB손해보험의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를 둘러싼 양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은 2001년 보험사들의 신상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후 2015년 금융위원회의 보험 자율화 조치에 따라 보험상품 사전신고제가 사후보고제로 변경되며 각 보험사의 보험상품 개발로 배타적 사용권 등록이 활성화 됐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4월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 '(무)프로미라이프 참좋은 운전자보험 2004'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해당 상품은 경상사고 증가 및 법규개정 등 형사합의 대상 확대에 따라 업계 최초 중대법규위반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42일 미만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시 형사합의에 대한 보장공백을 300만원까지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운전자보험은 중대법규위반사고 시 6주 이상 진단만 보장했다.

DB손해보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민식이법') 개정에 따라 스쿨존 내 경상사고에 대해서도 구속, 3000만원 이하 벌금형 등 교통사고 형사처벌이 강화됐다며 기존 상품들의 보장 한계점을 넘어 실질적인 보장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점을 강조했다.

심의 결과 DB손해보험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6주 미만 내, 중대 법규위반)에 관한 배타적 사용권을 3개월간 보장받았다. 이에 따라 DB손해보험은 전치 6주 미만 상해 사고에 대한 형사합의금 보장 특약을 오는 7월 20일까지 독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지난 7일부터 스쿨존 내 6주 미만 사고에 한해 별도의 보험료 추가 없이 기존 특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DB손해보험 측은 삼성화재가 약관변경을 통해 '프로미라이프 참좋은 운전자보험'과 유사한 담보를 만들었다며 DB손해보험이 보유한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사옥의 모습./DB손해보험 제공·연합뉴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심의위원회는 지난 7일 DB손해보험의 배타적 사용권 침해 신고를 접수하고 사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심의위원회를 통해 특허권 침해 사실이 인정되면 삼성화재는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반면 삼성화재는 법 개정에 따른 보험의 보장범위 확대 적용 사안일 뿐 특허 침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2009년 12월 10대 중과실이 11대 중과실로 변경됐을 때와 2017년 2월 12대 중과실 변경됐을 때도 약관을 변경해 보험료 상향 없이 화물고정조치 위반을 보장해준 바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민식이법 도입으로 스쿨존 사고 양형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고객 보호 차원에서 보장 공백의 보완이 필요했기 때문에 약관을 변경했다"며 "과거에도 법 개정에 따른 고객의 보장 공백 우려 시 보험료율 변경 없이 보장을 확대 적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DB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약관개정으로 상품 내용을 변경한다면 배타적 사용권 제도의 취지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약관개정을 통한 담보를 확대해 배타적 사용권 제도를 침범한다고 하면 제도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법 개정에 따른 약관 개정이라면 개정 직후 시행하는 게 맞는데 DB손해보험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후 삼성화재가 약관 개정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DB손해보험의 배타적 사용권 침해 신고 결과가 오는 5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해보험 신상품 개발이익 보호에 관한 협정 세부처리지침'에 따르면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침해 신청일로부터 15 영업일 이내에 침해여부를 심의해 그 결과를 신고회사와 피신고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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