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샤넬, 14일부로 핸드백·지갑 최대 20% 넘게 가격 인상
지난 13일 샤넬의 가격인상 소식에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대기 고객이 많아 입장이 어려울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럭셔리 명품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했던 백화점이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픈 전부터 매장 앞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며 샤넬을 쟁취하기 위한 대란이 일어났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샤넬은 클래식백과 플립백 등 인기 핸드백의 국내 판매가를 7%에서 최대 20% 넘게 인상했다. 스몰사이즈 '샤넬 클래식 플랩백'은 630만원 대에서 약 770만원으로 올랐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클래식 라지백은 792만원에서 923만원으로 131만원 금액이 인상됐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지난 11일 유럽을 거쳐 한국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유럽발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샤넬 매장은 가격이 더 비싸지기 전에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쳤다.

기자는 지난 13일 오후 3시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샤넬매장을 찾았다. 오후 3시임에도 대기 225번째 순서를 받았다. 매장 직원은 “대기 고객이 많아 오늘 안에 입장 어려울 것 같다”라면서 “일부 제품의 경우 일찌감치 품절된 제품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오후 6시 이후에는 매장 입장 대기 안내조차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기자는 오후 8시 폐점시간까지 결국 매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기자는 지난 13일 오후 3시경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에 방문해 대기순번 225번을 받았다. / 변세영 기자

샤넬은 지난해 말 일부 제품을 10% 수준으로 가격 인상한 데 이번에 다시금 두 자릿수 가격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루이비통도 올해 초 국내 핸드백 가격을 약 3% 올리고 5월 초 연이어 또한번 인상해 지난해 대비 최대 10% 정도 가격차이가 났다.

치솟는 가격에도 국내 고객들의 명품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올봄 백화점 정기 세일에서 명품 카테고리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19일까지 해외명품 매출은 1년 전 보다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15.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나 뛰어올랐다.

기자와 만난 30대 백화점 고객 A씨는 “평소 명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당장 내일부터 제품 가격이 100만원 이상 뛴다는 소문이 있어서 매장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서도 샤넬은 무조건 오른다는 얘기가 있어서 ‘샤테크’로 생각하고 하나 장만하러 왔다”라고 설명했다.

명품 사랑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루이비통과 크리스찬디올을 전개하는 LVMH 그룹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패션가죽 카테고리 부문은 코로나 사태로 유럽과 중동, 미국 등지에서 매장 영업이 중단되는 등 영업 환경이 축소됐음에도 9% 매출 하락에 그쳤다. 와인, 향수, 코스메틱 매출이 최대 25% 두 자릿수 하락했지만 핸드백과 같은 패션가죽사업이 하락폭을 어느 정도 커버했다는 평이다. 패션·가죽 사업부분은 LVMH 내 가장 높은 마진율을 갖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샤넬 공식 홈페이지

이는 코로나 영향으로 글로벌 패션산업 규모가 큰 폭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4월에 발표한 코로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패션 산업의 규모는 27%에서 최대 30%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패션그룹 신성통상은 해외사업 축소에 따라 수출본부 소속 직원 20명 가량을 권고사직했다. 신원도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해외사업부 팀 1개를 없애면서 해당 부서에 있는 직원 7명을 구조조정할 만큼 상황이 안 좋다.글로벌 위기 상황에도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명품은 충성도가 높아 고정수요가 확실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억눌렸던 ‘보복소비’ 트렌드까지 더해지면서 굳건한 인기를 구가한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명품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라면서 “지난 5일까지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이어지면서 홈웨어나 에슬레저룩을 제외하고 생활용품에 해당하는 패션아이템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