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챔피언십에 나선 선수들이 각자 떨어져 식사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핑크색 상의를 입은 세계랭킹 3위 박성현(27)이 파운데이션 팩트를 꺼내 화장을 고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보이시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가 필드 위에서 화장을 고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진풍경이었다. 갤러리들이 있었다면 더 화제가 될 만했다.

하지만 제42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펼쳐졌다. 1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ㆍ6540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는 갤러리 대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취재진이 몰렸다. 현장에서 만난 KLPGA의 한 관계자는 “1라운드 취재 의향을 나타낸 매체가 총 91개사이고 인원은 117명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기자석에는 AP 통신과 AFP 통신, 게티이미지, 후지TV 등 세계 유력 언론사들의 자리도 마련됐다.

◆관중 대신 취재진 ‘북적’

KLPGA 투어는 잇단 대회 취소에 따른 선수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기금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탓에 올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국내 프로골프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다. 기지개를 켜는 대회인 만큼 여러 측면에서 ‘역대급’으로 진행됐다.

우선 총상금 30억 원(우승 상금 2억 2000만 원)은 역대 최고다. 출전 선수 역시 여느 대회에 비해 10여명 이상 많은 150명이나 된다. 박성현을 비롯해 김세영(6위), ‘핫식스’ 이정은(10위)까지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들이 3명이나 된다.

대회 방식도 기존과 다르다. 2라운드까지 공동 102위 이상의 성적을 낸 선수들이 3라운드에 나가고, 3라운드 진출자 가운데 공동 70위까지 4라운드를 치르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일부 대회에서 적용하는 MDF(Made cut, Did not Finish) 방식이다. 상금을 출전 선수 전원에게 지급하고 최하위인 150위를 해도 624만6667원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한 게 큰 특징이다.

낮 12시 20분쯤 박성현과 최혜진(21), 이다연(23) 조가 1번홀 티박스에 서자 100여명이 넘는 관계자와 취재진이 양 옆을 지켰다. 앞선 조인 이정은(24), 조아연(20), 박채윤(26) 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관중이 없는 낯선 환경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강하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에 모여든 취재진의 모습. /KLPGA 제공

◆KLPGA “선수들도 방역에 협조적”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배선우(26)는 버디만 5개를 잡고 5언더파 67타를 기록해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박성현과 이정은(이상 1오버파 73타), 김세영(2오버파 74타)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은 의외로 오버파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편 대회장에는 철저한 방역 관리가 이뤄졌다. 박진우 KLPGA 전략마케팅팀장은 본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다. 자체적으로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고 매뉴얼도 배포했다. 입구마다 설치된 검역소에서 일일 문진표를 받고 체온을 2차례 측정해서 문제가 생길 경우 격리소에 가도록 조치한다. 간호사가 상주해 있기 때문에 바로 관계 지역병원까지 호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반응과 관련해선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당연히 협조적이다. 골프장에선 선수들만의 공간도 만들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외부인들과 차단된 선수들만의 공간이 마련됐고 식당도 혼자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됐다”고 말했다. 박진우 팀장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KLPGA가 기준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다. 최선을 다해 대회를 잘 마무리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미디어센터에 처음 들어갈 때 체온 검사가 이뤄졌으며 신상 정보 방명록 기재 절차 역시 진행됐다. 취재진은 1번홀(파5)을 취재하러 필드에 들어갈 때도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기자석은 1인석으로 앞뒤와 양옆간 거리를 뒀으며 레스토랑에도 1인 식탁이 설치됐다. 취재진과 선수들은 식사 시간 때 ‘혼밥’을 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양주=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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