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리그 전체 블론세이브 16개… 세이브보다 블론세이브가 더 많아
KT 마무리 투수 이대은이 두산 오재일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요즘 프로야구 팬들은 9회가 되면 조마조마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1~2점 차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으면 더 그렇다. 지고 있을 때가 속 편할 정도다. 오히려 지고 있으면 역전을 향한 기대감에 부푼다. 상대 마무리 투수가 누구든 크게 상관없다.

올 시즌 초반 KBO 리그 모습이다. 그야말로 ‘뒷문지기 수난시대’다. 소방수로 낙점 받은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이 줄줄이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 13일 경기에서 그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 롯데 마무리 김원중(27)과 두산 클로저 이형범(26)이 각각 홈런 1개씩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 오재일(34)이 8-9로 뒤진 9회초 동점 홈런을 터뜨렸지만, 롯데 민병헌(33)이 9회말 곧바로 1점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경기를 끝냈다.

같은 날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경기도 그랬다. 9회초 3-2 리드 상황에서 마무리 원종현(33)이 경기를 끝내기 위해 올라왔지만, KT 유한준(39)에게 홈런을 얻어 맞으면서 승리를 날렸다. KT가 10회초 점수를 올리면서 경기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10회말 마무리 이대은(31)이 2실점하면서 역전패를 떠안았다. KIA 타이거즈 문경찬(28)은 9회초 4-3 리드 상황에서 1사 만루 위기까지 몰리는 등 진땀을 흘렸다. 28구를 던진 끝에 가까스로 불을 껐다.

14일 경기 전까지 각 팀은 7~8경기를 치렀다. 리그 전체 블론세이브는 16개다. 세이브는 13개로 블론세이브가 세이브보다 많은 상황이다. 리그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은 5.57로 지난해 4.15보다 약 1.4점이나 높다. 팀별로는 두산이 9.12, KT와 SK 와이번스가 각각 8.13, 7.89로 좋지 않다. KIA와 한화 이글스도 각각 6.43, 6.05점으로 불안하다.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만이 각각 2.08, 2.93으로 2점대를 마크하고 있다.

두산 마무리 투수 이형범. /OSEN

지난 시즌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2019년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이후 프로야구 팬들은 9회 리드 시 비교적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해 세이브당 블론세이브 비율은 38.2%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표본이 적긴 하지만 올해는 123.1%에 달한다.

공인구를 향한 음모론(?)이 계속해서 피어나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경기사용구(공인구) 1차 수시검사 결과 모든 샘플이 합격 기준에 충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정한 반발계수 0.4034~0.4234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과 비교해 워낙 판도가 다르다 보니 쉽게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현재로선 타자들이 바뀐 공인구에 적응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비시즌 대부분 타자가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옮기는 등 공인구 공략을 위해 노력했다. 반면 시즌 시작이 늦어지면서 투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어느 하나 명확한 원인으로 꼽긴 어렵다. 부진이 구원 투수, 특히 마무리 투수에 몰려 있다는 점도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올 시즌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은 4.45로 지난 시즌 4.20에 비해 높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마무리 투수 부진이 도드라지면서 ‘투고타저’로 돌아선 지 한 시즌 만에 ‘타고투저’가 다시 KBO 리그를 휘감는 모양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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