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각선 2분기 실적방어 위한 조치로 판단...은행들 "영업점 통폐합으로 인한 자연스런 결정"
시중은행들이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각사 CI, 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시중은행들이 2200억원 규모의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선 은행은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먼저 하나은행이 27개로 가장 많은 매물을 쏟아냈다. 최저입찰가 기준 총 매각가는 1256억원에 달한다. 이 중 25곳은 유휴 영업점으로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지점이 188억원, 전북 전주 지점이 102억원, 옛 외환은행 대구 중구 지점이 92억원에 나왔다. 이 외에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크로바하이텍 안성공장과 경기 평택시 청북읍 공장시설 등이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국민은행은 10개의 매물을 내놨다. 매각 규모는 총 372억원으로 서울 노원구 옛 상계동 지점이 최저입찰가 기준 16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 대전 원동 지점이 47억원, 서울 북아현동 지점이 36억원으로 설정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약 500억원 수준의 충북 진천연수원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5년까지 연수원 완공을 계획했지만 지난해 연수원 건립이 백지화돼서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유휴 부동산 매각이 2분기 실적 방어를 위한 조치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유휴 부동산 매각으로 얻은 이익이 재무 지표상 영업외이익으로 잡혀 당기순이익 상승을 도모할 수 있고 고정비 감소 등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원 대비 17.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이 포함된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5000억원에 비해 4.0% 늘었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시점 등을 고려할 때 2분기 실적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이 급격히 늘고 있는 점도 2분기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의 2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총 2조8483억원으로 추산했다. 전년 동기 3조2559억원 대비 12.52%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 같은 실적 방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휴 부동산 매각은 영업점 통폐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휴 부동산 매각의 경우 과거부터 꾸준히 진행해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실적을 위해 유휴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매년 은행들이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건물과 토지를 그냥 둘 수 없어 매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은행들의 유휴 부동산 매각은 그리 순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짙어져서다.

하나은행은 27개 매물 중 26개가 이미 유찰됐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10개 매물이 중 5개 매물이 낙찰자를 찾지 못한 바 있다. 

김형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