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폭락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가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세도 급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이 개인들은 이 물량을 대부분 받아내며 지수의 버팀목이 됐다. 이후 증시가 반등하는 동안에도 개인들의 주식 매수는 이어졌다. 이를 두고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확실히 '동학개미'는 과거 손해만 보던 개인 투자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원칙에 따라 우량주식을 저가매수했다. 하지만 최근 원유선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일부 금융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 행태는 동학개미의 그것과는 달랐다.

코로나19와 주요 산유국 간 갈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원유선물 ETF와 ETN 등으로 몰렸다. 이들은 국제유가가 너무 싸다고 판단하고 유가 상승에 베팅했다. 문제는 국제유가 변동 폭의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다수의 자금이 몰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60억원 수준이었던 원유선물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2600억원을 넘어섰다. 40배 이상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상품의 경우 하루 주가 변동폭이 50%를 넘어섰다.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이 하루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과도한 투자금이 몰리면서 이들 상품의 가격엔 상당한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상품의 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경고와 함께 단일가 매매를 실시했다. 그래도 괴리율이 줄지 않자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불이 붙기 시작한 원유선물 관련 상품 투자 광풍은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ETF, ETN의 상품구조와 가격결정체계 등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만으로 투자에 나서면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의 WTI 원유선물 ETF와 관련된 소송이 제기되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원유 등 원자재 관련 ETF와 ETN은 '고위험' 투자상품이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적용되는 상품이라면 위험도는 2배로 커진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단순히 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보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의 변동과 ETF, ETN의 투자대상이 되는 원유선물의 가격 역시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월물에 따른 시차와 가격 괴리가 발생한다.

동학개미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현명한 투자자가 돼야한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의 구조와 가격체계, 위험성 등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아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시장질서를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의 과도한 손실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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