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부부의 세계'가 여러 화제와 논란 속에 마침표를 찍었다.

JTBC '부부의 세계'가 16일 최종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음에도 비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폭력적인 연출과 성 상품화, 출연진의 과거 논란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부부의 세계'가 세운 기록

'부부의 세계'는 첫 방송 전부터 화제에 오르며 기대작으로 꼽혔다. BBC '닥터 포스터'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과 김희애의 4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 1회부터 6회까지 19금 편성 등이 화제가 됐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부부의 세계'는 첫 방송은 시청률 전국 6.3%, 수도권 6.8%로 JTBC 드라마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이어갔다. 이어 2회는 전국 10%, 수도권 11%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두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14회 방송분은 24.3%를 기록하며 JT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스카이캐슬'(23.8%)의 시청률을 넘어섰다.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 기록을 갖게 된 것이다.

더불어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부부의 세계'는 7주 연속 드라마 TV 화제성 1위에 올랐다. 비드라마를 합친 종합 부문에서도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 등 출연진들도 높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을 기록했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뉴스 기사 수와 댓글수, 동영상 조회수, VON(블로그 및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 수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드러냈다.

■ 섬세한 감정선ㆍ높은 몰입도

무엇보다 '부부의 세계'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린 김희애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적절하게 연출한 모완일 PD의 연출력에 있다.

'부부의 세계'에 시청자들의 공감 포인트가 높았던 건 지선우로 분한 김희애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어떤 인물보다도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그리는 지선우를 김희애는 세밀하게 그려냈다.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지선우의 감정선을 애처롭게 그려내는가 하면 때로는 저돌적이고 강렬하게 그려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모완일 PD는 흡입력을 높이는 편집과 세련된 미장센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한층 돋보이도록 그려냈다. 원작인 '닥터포스터'를 서사는 가져오되 한국적인 정서에 맞춰 적절하게 바꿔 재해석했다. 수위 높은 자극적인 장면은 적절히 잘라내고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중점을 둬 치열한 심리묘사로 공감대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 우여곡절 많았던 논란

'부부의 세계'는 다양한 기록 수립에 호평을 받았지만 높은 기대 만큼이나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종영을 한 주 앞둔 시점에서 극 중 차해강으로 분한 정준원이 미성년자 신분으로 과거 음주, 흡연 등을 한 사진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준원의 소속사는 "소속 배우의 관리에 미흡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시청자들은 정준원의 하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부의 세계' 측은 대본상 이미 차해강의 등장 장면이 모두 끝나 정준원은 사실상 하차한 상태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더불어 극 중 지선우의 아들 이준영으로 분한 전진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전진서는 과거 자신의 SNS 계정에 중지 손가락을 든 캐릭터가 '여자 다 XXXX'라고 말하는 사진을 게재하는가 하면 친구들과 주고받은 댓글에 욕설을 적어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전진서의 소속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진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진을 전달받아 올렸을 뿐이며 해당 사진의 상징성이나 내포하는 의미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이제 막 15세가 된 어린 배우의 미숙함을 악의적으로 재해석하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보다 앞선 '부부의 세계' 8회가 방송된 후 폭력적 연출,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회차가 전파를 탄 뒤 방통송신심의위원회(방통위)에는 총 1679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8회 방송분에는 괴한에게 피습을 당하는 지선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폭행을 범죄자 시점의 카메라 앵글로 연출해 마치 VR 게임의 폭력적인 장면을 보는 듯한 효과로 연출했다. 또한 손제혁에게 명품 가방을 사달라고 요구하며 그를 유혹하는 여성 종업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성 혐오적 시각을 조장하고 성 상품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해당 회차는 6회까지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데 반해 15세 시청등급으로 내렸던 사이 방영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남은 9회부터 16회까지의 방송분을 다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방송통신심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 역시 해당 방송분에 대해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부부의 세계' 제작진에 행정지도인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위원회 소속 박상수 위원은 "성관계 대가로 명품백을 요구하는 캐릭터 등장은 여성 혐오적 시각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부부의 세계'는 다소 아쉬운 논란이 있긴 했지만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영국 BBC 관계자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BBC 스튜디오 CEO 팀 데이비(Tim Davie)는 "'부부의 세계' 성공 소식을 듣게 되어 대단히 기쁘다. 영국 히트작이 한국에서도 성공해 흥분된다"고 전하는가 하면 원작자인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을 비롯한 작가진도 찬사를 보냈다. "감명 깊었다. 이혼 이후의 여성의 삶을 스토리 안에서 성공적으로 펼쳐냈다"라고 평가하며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JTBC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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