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의 지명을 받은 케이타. /OK니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잘 키워 오래 보자'

남자배구의 만년 하위팀 KB손해보험은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상렬(54)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레전드 출신 이경수(41) 코치를 영입해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변화 의지는 외국선수 선발에서 엿볼 수 있었다. KB손해보험은 15일 서울 청담 리베라호텔 베르사유 홀에서 열린 2020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한국전력을 제치고 1순위 지명권을 얻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이상렬 감독은 주저 없이 라이트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19)를 호명했다. 케이타는 V리그 경력이 전혀 없는 새 얼굴이다. KB손해보험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그의 이력이 관심을 끌었다. 

케이타는 2001년생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V리그 최초 10대 외국 선수가 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말리 출신의 그는 2016-2017시즌 OK저축은행 소속으로 활약한 모로코 출신의 모하메드 알하치대디(29ㆍ193cm)와 이번에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한 우간다 출신 다우디 오켈로(25ㆍ201cm)에 이어 남자부 역대 세 번째 아프리카 국적 외국 선수다. 케이타의 합류로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같은 시즌에 복수의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함께 코트를 누비게 됐다.

KB손해보험은 안정보다 모험을 택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경험이 풍부한 다른 외국 선수들 대신 어린 케이타를 지명한 이유는 그의 발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케이타는 2019-2020시즌 세르비아 리그에서 득점 1위, 서브 에이스 1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잠재력을 뽐냈다. 점프 높이가 370cm가 넘을 정도로 탄력이 좋고 파워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감독은 “펠리페 같은 검증된 선수를 지명할 생각도 했지만 모험을 선택했다”며 “케이타가 어린 선수고 점프나 신장이 워낙 좋다. 특히 별명이 짐승일 정도로 무조건 때린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배구는 외국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만큼 점프력이 좋고 나이가 어린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케이타와 함께 신나고 재미있는 배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외국 선수 덕을 보지 못했다. 외국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해결사 부재에 시달렸다. 다음 시즌 KB손해보험의 운명도 18살 케이타의 어깨에 달렸다. 젊음이 무기인 케이타가 KB손해보험의 도약을 이끌지 주목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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