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진영과 LG 이상규(왼쪽부터).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늦바람이 무섭다. 김진영(28ㆍ한화 이글스)과 이상규(24ㆍLG 트윈스)가 ‘늦깎이’의 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김진영은 한화 불펜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는 13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 3-4로 뒤진 7회에 등판해 상대 팀 간판타자 최형우(37), 나지완(35), 유민상(31)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한화는 접전 끝에 3-4로 패했지만, 김진영의 역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김진영의 ‘삼진쇼’는 계속됐다. 다음날 KIA전 4-1로 앞선 8회 선발 장민재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아 한승택과 최원준, 박찬호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한화가 4-1로 이기면서 데뷔 첫 홀드를 수확했다.

김진영은 16일까지 6경기(5이닝) 1홀드 10탈삼진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불펜 난조로 고전하고 있는 한화에 김진영의 역투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김진영은 과거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고교 시절 한승혁(27ㆍKIA 타이거즈)과 함께 에이스로 활약하며 2009년 덕수고를 대통령배 정상에 올려놨다. 그는 2010년 한국 선수로는 역대 7번째로 많은 120만 달러(한화 약 14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아 KBO 리그 무대를 밟았다. ‘해외 유턴파’로 주목 받았으나 지난 3년 동안은 딱히 보여준 것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총 1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정민태(50), 박정진(44) 투수코치와 투구폼 수정에 공을 들인 김진영은 시즌에 돌입하자 숨겨왔던 잠재력 터뜨리고 있다. 그는 “팬분들이 올해만큼은 더 많은 기대를 해주시면 좋겠다. 시즌을 마친 뒤 '김진영이 제대로 된 보직을 맡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LG의 ‘파이어볼러’ 이상규도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상규는 14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프로 데뷔 6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이날 2-2 동점인 8회 초 1사 3루 위기서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3-2 역전승에 이바지했다. 

청원고를 졸업한 이상규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70번으로 LG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상무(국군체육부대)나 경찰야구단이 아닌 현역으로 입대했다. 의무경찰로 복무한 뒤 팀에 복귀했다. 지난해까지 1군에 1경기 출장해 0.1이닝 1볼넷 1사구 무실점을 기록한 게 전부다.

노력파이면서 학구파인 이상규는 제대 후 구속이 시속 150km까지 나오면서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스프링캠프와 국내서 열린 청백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본격적인 기회를 잡았고, LG 불펜진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16일까지 6경기(6.2이닝)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최근엔 무릎 수술로 이탈한 고우석(22)을 대체할 마무리 후보 중 한 명으로 낙점 받으면서 신분이 급상승했다. 

이상규는 당분간 정우영(20)과 함께 번갈아 LG의 뒷문을 책임져야 한다. 류중일(57) LG 감독은 “1군 경험이 적은데도 씩씩하게 잘 던지고 있다.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1 대 1 지도를 받으면서 제구와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시즌 전 1군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밝힌 그가 이제 LG 불펜의 ‘믿을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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