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17일 LG 트윈스를 꺾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임민환 기자

[잠실=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감독이라는 자리가 참 어려운 것 같다.”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3차전이 열린 17일 잠실구장. 경기 전 만난 손혁(47)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평소처럼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키움은 이날 경기 전까지 4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개막 초반 4연승을 질주하며 선두를 달린 키움은 이후 4연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설상가상으로 부상 악몽이 이어지고 있다. 키움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외야수 임병욱(25)을 말소했다. 16일 LG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2회 초 번트를 시도한 뒤 1루로 뛰어가는 과정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친 임병욱은 짧게는 6주, 길게는 8주 동안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초보 사령탑’인 손 감독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는 "선수들이 나를 강하게 키워주는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떤 뒤 "워낙 작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이라 나만 조급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키움은 완벽한 투타 조화를 보여주며 손 감독의 근심을 덜어줬다. 키움 타선은 LG 마운드를 신나게 두들기며 장단 17안타를 쏟아냈다. 안방마님 박동원(30)이 2회 결승 홈런을 때렸고, 서건창(31)과 이정후(25)도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최근 저조한 타격감을 보인 서건창(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김하성(6타수 3안타 3타점)이 모처럼 맹타를 휘두른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 데뷔전을 치른 2년 차 변상권(23)은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타선의 화끈한 지원 사격을 등에 업은 선발 투수 에릭 요키시(31)는 6이닝 2피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키움은 중간 계투 김재웅(22), 임규빈(29), 양현(28), 조상우(26)가 LG의 추격을 저지하면서 9-4로 승리했다. 경기 뒤 손 감독은 “더블헤더를 치르고 난 뒤여서 힘든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이 집중력 갖고 경기에 임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타자들이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쳐줘서 좋은 흐름이 만들어졌다. 요키시의 호투도 팀 분위기에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김하성은 “조금씩 맞아나가고 있다. 안 좋을 때는 생각이 많아지는데 과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감독님이 계속 믿어주시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시즌이 끝났을 때는 감독님이 웃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다른 구장에선 선발 투수들이 뜻밖의 부상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는 불운을 겪었다. 대전에선 롯데 자이언츠의 깜짝 선발로 나선 이승헌(22)이 3회 1사 1,2루에서 한화 이글스 1번 타자 정진호(32)의 타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강습 타구를 노바운드로 맞은 그는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고, 그라운드에 들어온 구급차에 실려 충남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승헌은 CT 및 정밀검사 결과 미세한 두부골절과 출혈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입원 후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경기에서는 한화가 11회 연장 접전 끝에 5-4로 이겼다. 11회말 2사 3루에서 롯데 투수 김대우(36)의 보크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끝내기 보크는 통산 일곱번째 기록이다.

수원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 투수 벤 라이블리(28)가 1회말 KT 위즈의 첫 타자 심우준(25)의 타구를 잡기 위해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을 뻗었다가 그대로 맞았다. 그는 이후 4타자를 더 상대하며 1회를 마쳤지만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결국 2회말 시작과 함께 좌완 노성호(31)와 교체됐다. 라이블리는 정밀검진을 받고자 인근 성빈센트병원으로 이동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라이블리와 삼성은 오른손 상태를 지켜본 뒤 추가 검진 계획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는 KT의 9-4 승리로 끝났다.

광주에선 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즈를 6-4로 꺾고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외인 선발 맞대결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28)는 7이닝 5피안타(1홈런) 9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반면, KIA 애런 브룩스(30)는 5.1이닝 동안 안타 11개를 허용하며 5실점(4자책)으로 고전했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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