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 양의지가 타격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반가운 얼굴이 우익수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왔다.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완성형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팀이 11-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완전 복귀를 위한 마지막 퍼즐인 수비감각을 되찾기 위해 9회 말 마지막 수비에 나섰다.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KIA 타이거즈와 창원 홈경기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380일 만에 다시금 수비를 위해 글러브를 꼈다. 

이날 경기에서 나성범 쪽으로 공은 오지 않았고, 경기는 11-5 NC의 대승으로 끝났다. 나성범은 경기 후 "예전부터 해왔던 것이라 과거와 똑같은 마음으로 수비에 나섰다"면서 "수비 훈련을 했지만 실제 경기에선 타구가 어디로 올리 모른다. 타구를 보면서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좀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5월 중순 외야 출전을 목표로 15일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위해 인천을 찾은 이후부터 본격적인 수비 훈련을 시작했다. 

나성범의 수비 복귀는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은 경기 후 "나성범 선수 상태와 상황이 돼 수비에 나갔다. 공이 안 왔지만 여러 가지를 체크하고 감각을 깨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성범은 이미 공격과 주류에서 예전과 같은 몸상태를 보이고 있다. 14일 KT전부터 16일 SK전까지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던 나성범은 이날 경기에서 6회 솔로 홈런(시즌 4호)를 뽑아내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다시 살아나는 모습도 보였다. 나성범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몇 차례 부진이 오는 등 사이클이 있다"며 "이럴 때 멘탈을 다잡지 않으면 더 나빠질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고 슬럼프 탈출 비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주류에서도 안정적이다. 지난달 28일 KIA와 광주 원정 연습경기에서 2루에 있던 나성범은 상대 투수 폭투를 틈타 3루로 전력 질주 후 슬라이딩했고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이동욱 감독은 "주루플레이를 완벽하게 하는 등 몸 상태가 완전하게 올라오면 수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완전 복귀를 위해 나성범에게 남은 마지막 퍼즐은 수비다. 나성범이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되찾는다면 NC 타선은 그야말로 쉬어갈 곳 없는 다이나마이트 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33)가 굳건하게 안방을 지키고 있고, 다른 팀이라면 충분히 주전 포수로 활약할 수 있는 김태군(31)까지 보유한 NC는 '포수 왕국'이다. 

지난해 부상 후 복귀를 준비 중인 나성범이 NC 타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연합뉴스

NC는 올 시즌 이런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양의지와 김태군의 출전 경기를 적절하게 배분해 여러 효과를 누리고 있다. 가장 큰 이점은 양의지의 체력 관리다. 올 시즌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막이 늦어지면서 우천순연 때 더블헤더 또는 월요일 경기를 치러야 한다. 올스타 브레이크도 없다. 그 어느 시즌보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순위 싸움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포수 포지션은 더 그렇다. 

이동욱 감독 역시 이 점은 염두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은 특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시즌 초반부터 두 명의 포수를 교대로 선발 투입하고 있다"며 "당분간 두 선수를 지금처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성범이 부상을 털고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NC의 타선 운영폭은 더욱 넓어진다. 양의지가 로테이션된 경기에 지명타자(D.H.)로 나서며 타선의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 개막 후 지금까지 나성범의 부상 여파로 수비부담이 없는 지명타자는 나성범의 몫이었지만 나성범이 그 자리를 양의지에게 넘겨준다면 NC의 타선은 다른 9개 구단에 공포의 대상이다. 양의지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타율 0.350 이상을 기록한 국내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상대 팀 배터리에 큰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양의지는 15일 SK와 경기에서 10회 2사 만루 상황서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때리기도 했다. 

이동욱 감독은 "지명타자 자리에 나성범이 고정적으로 들어가야 해서 다른 선수들이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줄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양의지와 김태군이 고른 활약을 보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나성범의 수비 복귀가 불러올 '지명타자 양의지' 효과. NC의 올 시즌 화끈한 타격쇼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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