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화웨이 압박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난감한 입장
한국 반도체 산업.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관련 논쟁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출 규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9월부터 시행되는 새 규정은 전 세계에서 미국산 장비나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사용한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화웨이에 반도체를 납품할 때 이 규정을 적용하면 미국 정부의 승인 신청이 반려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미국 정부의 승인여부는 지난해 5월 미국이 화웨이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시작됐다. 화웨이와 114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해 이들 기업에 미국 제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미국 면허를 취득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1차 제재를 통해 화웨이에 공급되는 퀄컴 등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물론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화웨이는 자체 AP와 OS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번 2차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 화웨이는 고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체 칩을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대만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겨 공급받아 왔던 만큼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TSMC에 이어 국내에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5G 상용화 당시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가 생산한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동맹국에게 요청해 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5G 장비를 설치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국내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3사를 5G 장비업체로 선정했고,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긴 했지만 미군 부대 근처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화웨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TSMC가 타격을 받게 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반대로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하던 물량이 줄어들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긍정적인 면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는데, 반도체 수급 차질로 삼성전자와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1.2%를 차지한 반면 화웨이는 애국소비에 힘입어 17.6%를 지키며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 압박으로 삼성전자가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장은 TSMC에 대한 제재 조치로 보이지만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공급망에 있어서 중국이 배제되면 수출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되자 화웨이 매출이 줄면서 중국 매출 비중도 30%대에서 24.5%로 떨어졌다. 지난 2018년 2분기 이후 주요 5대 매출처로 언급되던 화웨이가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제외되며 중국에 대한 영향력은 낮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에는 매출의 절반이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높았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15조5276억원 가운데 4조2370억원이 중국에서 발생해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한편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의 대표 기업인 화웨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보복조치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애플, 퀄컴, 시스코시스템스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 착수와 제재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해 무역 전쟁이 다시금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수출국인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이번 조치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직 특별한 대응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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