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초미의 관심사’는 원수지간인 모녀가 살벌한 싸움 끝에 화해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어찌 보면 익히 알고 있는 메시지를 다루는 듯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을 덧입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엄마(조민수)는 가겟세를 들고 튄 막내 유리를 잡기 위해 장녀 순덕(김은영)을 찾아간다.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처음부터 살벌한 말다툼을 이어간다. 순덕은 엄마의 끈질긴 설득 끝에 가겟세 300만원을 같이 찾아주기로 한다.

엄마와 순덕은 유리를 찾기 위해 이태원 뒷골목을 누빈다. 국경 없이 다양한 인물들이 사는 곳인 만큼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 역시 다양하다.

엄마는 ‘누가 우리 착한 딸 유리를 꼬드겨 돈을 빼돌렸나’라는 생각뿐이다. 보이는 이들마다 의심스럽다. 엄마는 외형만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평가한다. 그러나 편견일 뿐 사실 색안경을 벗고 보면 누구 하나 ‘나쁜 사람’이 없다. 엄마와 순덕을 도와주는 이들도 소위 말하는 평범이라는 틀에 국한된 이들이 아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흑인, 트렌스젠더 사장, 싱글맘 타투이스트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편견’을 깨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리뷰.

순덕은 오랜만에 모습을 비춘 엄마가 밉다. 자신을 10대에 임신해 가수의 꿈을 포기한 엄마에 대한 미움보다는 원망이 더 크다. 엄마의 보살핌이 부족해 일찌감치 독립의 길을 택한 탓이다. 순덕은 동생의 실종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엄마에게 모진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엄마와 순덕의 우려와 달리 동생은 TV화면에 모습을 비춘다. 걱정과 달리 행복해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 두 사람은 안도하고 평화를 찾는다. 순덕은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엄마를 향해 진심을 전한다.

‘초미의 관심사’는 앙숙인 모녀의 관계 회복을 통해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인종과 성 정체성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에 노출된 이들을 영화의 전면에 배치하며 사회의 편견을 다룬다. 교훈적이고 직설적인 메시지는 없지만 ‘편견’에 둘러싸여 있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면밀히 다루며 벽을 허문다.

조민수와 배우로 첫 도전을 알린 치타(김은영)의 모녀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한 이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볼만하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조합 역시 신선함을 자아낸다.

또 음악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OST에 힘을 줬다. 실제로 김은영이 직접 작사, 작곡, 노래까지 불렀다.

그러나 반복되는 추격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를 떨어뜨린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내용의 반복되는 탓인지 지루함을 자아낸다. 러닝타임 92분. 5월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레진스튜디오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